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호기심이 창조성의 비결이라며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끄는 게 있다면 그 단서를 놓치지 말고 믿고 따라가 보라고 했다. 사진은 창조성에 대한 테드 강연 중인 길버트로 테드 동영상을 캡처했다.
- 빅 매직 /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대박 터뜨린 착상의 경험 풀어
열린 마음으로 진심 쏟아내면
예기치 못한 아침 ‘찬란한 꽃’
책 쓰기, 영화제작, 陶磁빚기…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껏 하라
전 세계에서 12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2015년에 내놔 또다시 독자를 열광시킨 이 책 ‘빅 매직’을 ‘새해 첫 책’으로 권하고 싶다. 새해라면 다들 그런 시간 아닌가. 크고 작은 결심을 해보는 시간. 하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주춤거리게 되고, 엄두가 안 나고, 결과가 두렵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서 때론 너무 어려서 ‘도전은 무슨’이라며 주저앉곤 하는데, 길버트는 “안 돼요. 시작해요. 지금 당장!”이라며 우리 등을 떠민다. 등을 밀어준다기보다는 볼기짝을 때리며 “정신 차려요”라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
미국 코네티컷 크리스마스트리 농장 집 딸로 태어나 열여섯에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길버트의 자전적 에세이고, 습작 시절 출판사와 잡지사로부터 숱한 거절 편지를 받았던, 하지만 결국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현기증 나는 명성을 안은 작가의 문학적 연대기이며, 주변의 많은 예술가의 고민과 고통을 풀어낸 예술 에세이지만 책의 정체성은 자기계발서이다. 책에서 길버트가 말하는 핵심은 ‘창조적인 삶이 주는 위대한 마법’인, 빅 매직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내면에 깊이 묻힌 보물이 있다. 우주는 우리 모두의 깊은 내면에 이상한 보석들을 묻어 두고 한 발 물러서서 과연 우리가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본다. 그 보석들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 그것이 창조적인 삶이다. 그 여정의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한 용기, 그것이 일상에 묻혀 굳어버린 존재와 경이로운 황홀에 매료된 존재를 구분하는 지점이다. 그 여정이 가져오는 놀라운 결과, 그것이 빅 매직이라고 부르는 창조적인 삶의 위대한 마법이다.”
그럼 빅 매직, 창조적 삶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길버트는 빅 매직은 억지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마법처럼. 그는 글쓰기의 시발점이 되는 ‘착상’을 들어 매우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는 착상이 우리 행성에 동물, 식물, 세균과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순수 에테르가 현존하는 실재, 예를 들어 한 편의 소설이 되려면 인간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 그때 착상은 준비가 된 사람들, 작업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간 조력자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의욕이 없어서, 혹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없어서 지체한다면 착상은 잠시 머물다 망설임 없이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해줄 적합한 사람을 찾아 떠난다고 했다. 착상이 우리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 안간힘을 다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전력을 다해 집중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착상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당신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신뢰와 성실함을 갖춰서 당신의 모든 진심을 쏟아부으며 매일같이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꾸준히 손에 일을 붙잡는다면 어느 날 예기치 못했던 아침에 당신의 꽃이 바로 찬란하게 피어나는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공했다고 지나치게 자만할 것도 없고 실패했다고 실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따라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에는 재능, 우연, 훈련 3가지가 작용하는데, 재능과 우연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훈련 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훈련은 단순히 ‘노력’하라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저 좋아서 계속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빅 매직을 위해 피해야 할 한 가지로 ‘불평’을 꼽았다. 불평은 너무 짜증스러운 데다 기본적으로 남에게 불평하는 것은 벽에 대고 말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고민과 고난에 집중하느라 바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필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호기심에 성심을 다해 따르는 것뿐이다.
저자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했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아이러니하게 그가 화려한 성공이라는 극점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후 그 역시 다음 작품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삶은 끊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다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오랜 자기 삶의 철학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고 훌쩍 떠났던 자유로움과 해방의 아이콘인 작가는 성공의 중압감에도 실패의 두려움에도 휘말리지 말고, 자유롭게 갖가지 영감과 호기심에 답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빅 매직을 영접하는 길이라고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책을 쓰고 싶은가, 노래를 만들고 싶은가, 영화를 감독하고 싶은가, 도자를 빚고 싶은가, 춤을 배우고 싶은가, 하고 싶은 일이 뭐든 마음껏 해보라. 누가 뭐라든 알게 뭐람. 당신은 인간 존재로서 그런 일을 할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 그러니 기쁜 마음으로 그 일을 하라. 창조적 영감이 이끌고 싶어 하는 대로 어디든 당신을 이끌어라. 시간은 지금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세계는 열심히 돌아간다. 더 이상 소심하게 생각하며 흘려보낼 시간이 우리에겐 별로 남아 있지 않다.” 356쪽, 1만5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