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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0일(土)
“南 정치 들러리, 北 무임승차”… 단일팀 뿔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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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80% 이상 “단일팀 구성할 필요없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폭력…정부 결정에 실망”
“젊은층, 공평하지 않은 사회에 분노…감정이입”
“단일팀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 국민 설득해야”


“기회는 균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추진되자 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반응이다.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설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을 빗대 ‘남북 단일팀’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남북 단일팀 결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움직임과는 달리 여론은 대체로 차갑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층이었던 20~30대들이 남북 단일팀 문제로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의장실·SBS가 지난 9~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창올림픽 및 남북관계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무리해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가급적 단일팀 구성이 옳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

연령층으로 보면 20~30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19~29세 응답자 중 82.2%가 남북 단일팀 결성을 반대했다. 30~39세 응답자의 82.6%도 단일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남북 단일팀은 정부가 지난 9일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약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단일팀이 성사되면 21일 만에 남북 선수들이 손발을 맞춰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이마저도 북한 선수들이 바로 입국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1년 이후 27년 만에 남북 단일팀 결성을 추진함에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남북단일팀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결성된 바 있다.

당시 탁구는 대회까지 71일, 축구는 122일이 남은 시점에 단일팀이 꾸려졌다. 1개월 안팎의 합동 전지훈련에도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는 올림픽 개최까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남북 단일팀을 꾸리게 되면 팀워크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년간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훈련해 온 선수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을’(乙)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평화·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들러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수지(30)씨는 “오랜 기간 연습해 온 선수들의 노력을 더 고려했었어야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회복되면 좋지만 단일팀은 너무 과한 결정인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남북 대표단이 얼마나 합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국가의 일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수년에 걸쳐 쏟았던 땀을 무시해도 되는가”라며 “폭력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오모(31)씨는 “정부가 남북 해빙 분위기에 취해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며 “그간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은 그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가적 대의 앞에서 희생해야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단일팀 철회를 주장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다. 남북 단일팀 추진이 언급된 지 열흘만인 19일 오후 2시 기준 ‘단일팀’과 관련된 게시글이 900건을 넘어섰다. “대의를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등 반대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난 17일에는 남북 단일팀 구성이 한국 대표선수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 팬 A씨는 진정서를 통해 북한 선수 출전에 따른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 박탈,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문제 삼았다.

일부 네티즌은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이디 ‘AI****’는 “평창올림픽, 치유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늘어놓는 대통령의 행보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평화라는 키워드가 필요한 건 정치인들이지 선수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올림픽에서까지 정치쇼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역사의 명장면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북한 사람들을 넣어서 이미지 장사하는 꼴”, “불통 정부 일 처리가 너무 실망스럽다”, “억지로 한 민족 티 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무임승차에 우리나라 선수들만 불쌍해졌다” 등 부정적 의견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각자의 감정을 이입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갑’에 휘둘리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을’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힘 있고 권력 있는 갑에 의해 휘둘리면서 공평하지 않은 사회를 경험하며 분노가 쌓였다”면서 “올림픽을 위해 청춘을 바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권력에 당하는 듯한 모습에 공감하며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이 진행되기 전 미리 선수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을 줬다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을 만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과 이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게 숙제”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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