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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氣力·視力·財力 모두 떨어졌지만… ‘내 맘대로 읽을 특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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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평론가 쓰노 가이타로가 말하는 ‘老年의 독서’

젊을때 포기했던 책 잘 읽히고
동경했던 작가엔 친근감 느껴

나이 들수록 멀어지는 책있지만
끝까지 남아있는 게 ‘인생의 책’

은퇴 뒤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일만 매달리면 책으로 못돌아가

여유롭지만은 않은게 노년 독서
책 살 주머니사정 여의치않으니
구매보다 도서관이용 적극 추천

모든 고전은 책 그 자체가 노인
친구끼리라 ‘대화’ 더 잘 통하지


“주머니 사정으로 예전처럼 책을 많이 사지 못하고 책을 구하기 위해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닌다. 반사 신경이 약해져 예전처럼 노련하게 길을 걸으며 책을 읽을 수도 없다. 때로는 병원 침대에 누워 책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노년의 독서도 꽤 과격하다. 중년 무렵 동경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저자의 책을 비슷한 나이가 돼 다시 읽으면 동년배로서 친근감을 느낀다. 젊을 때는 도저히 읽히지 않아 포기한 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펼쳤을 때 술술 읽히기도 한다. 죽음도 노쇠도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희극도 익살극도 될 수 있다.”

극단 구로 텐트 연출가, 쇼분사(晶文社) 편집 책임자, 와코(和光)대 교수와 도서관장을 거쳐 지금은 평론가로 활동 중인 쓰노 가이타로(80·津野海太郞)가 말하는 ‘노년의 독서’다. 지난해 국내 번역·출간된 그의 ‘100세까지의 독서술- 나이 들어서 책과 사귀는 방법’(북바이북)은 책 좀 읽는다는 다독가들로부터 ‘졌다’는 항복 선언과 ‘나도 100세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했다. 일에서 은퇴해 시간이 생기면 좋아하는 책을 실컷 보겠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하지만 기력도, 체력도, 시력도 떨어지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 노년의 독서는 여유롭지 않다. 70대 이후 삶과 독서에 대해 리얼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쓰노 선생께 이메일로 노년에 대해, 노년의 독서에 대한 지혜를 구했다.

―노년의 독서는 어떤 모습인가요. 청춘·중년의 독서와는 다른가요.

“노인의 독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어요. 나이가 들면 머리도 몸도 점점 쇠약해집니다. 누군가 ‘노인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강요해도 그대로 따라 할 수가 없어요. 그럴 힘이 이미 없어져 버린 게 바로 노인이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학교나 직장 같은 얽매였던 족쇄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설령 ‘나이도 먹었겠다, 이제껏 못다 읽은 고전을 읽어보자’라고 누군가 권한들, 자신이 그렇게 결심한들 막상 행동으로 옮기자면 힘들지요. 결국은 지금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읽게 됩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게 좋아요. 앞으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딱딱한 책이든 가벼운 책이든, 읽고 싶은 책을 아무런 의무도, 허세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읽으며 지내는 것. 나이를 먹으면 언젠가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옵니다. 노인이 된 덕분에 허락받을 수 있는 특권이죠. 그 자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기면 좋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 평생 독서 습관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독서는 책과 나누는 즐거운 대화입니다. 심신의 쇠약 정도, 과거의 기억, 교양의 질, 현재의 생활환경 등 공유할 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괜한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일대일 대화를 즐길 수 있지요. 나도 70대 후반에 접어들어서는 요즘 작가든 옛날 작가든 가리지 않고 70대, 80대의 작가가 쓴 책을 읽는 일이 많아졌어요. 10대나 20대는 물론, 40대나 50대라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책에 언제부턴가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고전이 좋습니다. 일본 것이든 외국 것이든 고전은 오랜 시간을 역대 독자와 함께 살아온 터이니, 말하자면 그 자체가 노인인 셈이죠. 노인은 노인끼리,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법입니다. 예를 들면, 몽테뉴의 ‘에세’가 그렇습니다. 젊었을 때는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는데, 나이가 들고서 읽어보니 뜻밖에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 말년의 몽테뉴가 쓴 최후의 제3권이 좋습니다.”

―나이에 따른 생애주기별 독서법이 있을까요.

“비단 내 이야기만이 아니라 대개는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을까 합니다. 학원 연애물이든 판타지물이든 10대 시절에 읽은 책은 20대가 되면 예전만큼의 재미를 못 느끼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학생 시절에 열심히 읽은 난해한 사상서도, 샐러리맨 시절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했던 비즈니스서도, 그 시기가 지나면 뭔가에 씌었던 것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멀어집니다. 결국, 책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돼버리지요. 하지만 그중에는 그렇지 않은 책도 꼭 몇몇 권 남게 됩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 책’이 되겠지요.”

―노년 독자를 위해 도서관 이용을 적극 추천하셨는데요.

“내가 사는 ‘사이타마’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25개 있습니다. 집 근처에 중앙도서관이 있어서 요즘은 서점에서 사는 책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이 훨씬 많습니다. 도서관에서는 퇴직노인(특히 남자)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 신문이나 잡지를 읽습니다. 도서관 내부를 한번 둘러봤더니 3분의 1 정도가 노인이더군요.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예약해 대출해가는 사람이 더 많더군요. 모두 책을 몇 권씩 빌려 가방에 넣어 돌아가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이가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독서 습관을 갉아먹어 가며 일에만 매달려 온 사람들은 쉽게 책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던 중년을 위한 독서 가이드를 부탁드려요.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인터넷은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책뿐만이 아니라 음악, 영화, 미술, 연극 등 무엇이든 좋으니, 인간이 전력을 다해 만든 것에 호기심을 품고 계속 접해봐야 합니다. 호기심이 강할수록 더 상세하게 더 깊이 알고 싶어지는 법이죠. 그러다 보면 저절로 ‘내가 읽고 싶은 책’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독서 가이드’ 같은 건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점점 독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책의 미래를 어떻게 보세요.

“독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음악, 영화, 미술, 연극, 그리고 인터넷 등 모든 미디어·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극히 중요한 일부분으로서 책은 계속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요. 이미 책은 모든 미디어의 왕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인류의 ‘독서 황금시대’, 즉 모든 미디어의 중심에 책이 군림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모든 미디어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책임에서 책이 해방되고, 이윽고 그 자유로워진 책과 사귀는 새로운 형태(독서법)가 서서히 성숙해가지 않을까요. 꼭 그렇게 될 거라 장담하는 건 아닙니다. 머지않아 사라져 갈 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멋대로 꿈을 꿔볼 뿐입니다.

그는 최근 세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홍콩 작가 찬호께이의 ‘13.67’. 홍콩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로 단숨에 읽었다. 구소련의 유대인 작가 이삭 바벨의 ‘데사 이야기’는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학자 존 다우어의 ‘미국 폭력의 세기’는 무시무시한 책이라고 했다. 이 세 권 중 두 권은 그의 요즘 독서 습관대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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