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이 되레 악재로… 맥 못추는 남북경협株

알맹이 없는 합의에 실망 매물
대부분 종목 하락후 반등 실패
전문가 “침체 장기화될 수도”
과도한 투기성 자금도 문제

최근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전 세계의 눈높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뤄진 뒤 그 합의안을 놓고 미국 여론과 정치권이 잇달아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한 가운데, 그 후폭풍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큰 주목을 받았던 남북경제협력 관련 재료 및 종목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남북경협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탄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장 초반 일부 종목이 3%대의 반등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보합 선으로 밀리며 하락 반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4일에는 현대건설(-8.62%), 현대로템(-12.57%), 좋은사람들(-22.01%), 성신양회(-14.71%), 남광토건(-16.49%), 이화공영(-15.10%)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남북경협주들이 급락에 이어 반등에도 실패하는 이유는 증권가 등 금융권에서 남북경협의 미래를 신중하게 보는 시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설사 이후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냉철한 평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KB증권은 “남북 경협주의 반등은 비핵화 실행이 구체화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라며 “당분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올 연말까지는 남북경협주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라면서 “특히 인프라, 가스, 철도, 관광 관련주 등은 내년이나 내후년쯤 봐야 한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남북경협주에 과도하게 몰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자금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SK증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 신용융자 규모는 12조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으며, 남북경협주들이 상승하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신용융자 증가액 9800억 원 중 7000억 원이 남북경협주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이 최소 4% 이상인 만큼 주가 부진에 따라 신용융자 상환 압력과 동시에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 경제 변화에 대해 매우 낙관적 태도를 보였던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신중 기류로 바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중단될 경우, 지난해의 긴장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중 간 교역관계 악화 등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또 HSBC도 “정상회담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만용·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