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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논단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31일(水)
판문점선언과 ‘獨 기본조약’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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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홍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 前 駐함부르크 총영사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통해 판문점선언을 법제화해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협력을 위한 확실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판문점선언은 ‘조약(條約)’이 아닌 ‘선언(宣言)’에 불과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분단 당시 독일의 사례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69년 10월 집권한 빌리 브란트 총리는 ‘동·서독 관계는 서로에게 외국이 아닌 특별한 형태의 관계’라는 토대 위에 동독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서독은 동·서독 관계의 기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72년 12월 21일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 간 관계의 기본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 기본조약은 열띤 찬반 논란 속에 1973년 5월 연방 하원과 상원의 비준 동의를 받았다. 그러면 기본조약은 판문점선언과 어떤 점에서 달랐는가?

첫째, 동·서독 간의 합의서 명칭에 ‘조약(Vertra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서독은 ‘동독이 외국이 아니다’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간에 서면 형식으로 체결하는 ‘조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합의의 중요성을 높였다. 그와 달리 판문점선언은 ‘조약’이 아닌 낮은 단계의 합의인 ‘선언’으로 명시했다.

둘째, 기본조약에는 ‘비준’과 ‘발효’ 조항을 담았다. 조약 제10조에 ‘이 조약은 비준을 필요로 하며 상응하는 문서를 교환한 후에 발효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판문점선언에는 이러한 ‘비준’과 ‘발효 요건’이 들어 있지 않다.

셋째, 기본조약에는 대규모 재정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없다. 조약 제7조에 동·서독이 경제, 과학, 우편·전화 등 여러 분야의 교류를 발전시키는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세부 사항은 추가 의정서에 규정하도록 했을 뿐이다. 판문점선언에는 북한 내 철도와 도로 현대화 등이 적시돼 있다. 철도 현대화에만 50조 원에서 83조 원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추계도 있다.

기본조약이 야당의 반대 속에 비준 동의가 됐으나, 바이에른주 정부는 연방헌법재판소에 기본조약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기본조약이 헌법인 기본법의 통일을 위한 사명과 베를린에 관한 기본법과 동독 주민의 보호 의무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서독은 통일에 대한 의무가 있으며, 동독은 외국이 아닌 독일의 일부라는 의견 등을 달아 기본조약이 기본법과 일치한다고 했다. 동·서독은 기본조약을 바탕으로 유엔에 가입하고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며 교류 협력을 확대해 마침내 통일을 이뤘다.

이러한 독일의 기본조약 형식이나 내용과 비교하면 판문점선언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판문점선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법률이 갖는 구체성과 명확성 없이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판문점선언이 그대로 비준된다면, 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판문점선언에 담긴 내용에 대해 포괄적인 위임을 받게 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그 나름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의미가 있다. 따라서 판문점선언을 무리하게 비준 동의를 받기보다는 그대로 남겨두고, 남북 경협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반영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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