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제약社에 ‘청산가리’ 우편물, 또 옴진리교 공포에 떠는 日열도

“3억원대 비트코인 안보내면
비극 일어난다” 협박문 보내

발신자란 前간부 이름 기재

일본이 아사히(朝日)·마이니치(每日) 신문 도쿄(東京) 본사와 전국 12개 제약·식품회사에 청산가리와 함께 협박문이 배달되면서 독극물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협박문 발신자가 1995년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켰다가 지난해 7월 사형이 집행된 옴 진리교의 간부로 나타나 추종자들이 무차별 독극물 살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NHK에 따르면 지난 25일 아사히·마이니치 신문을 비롯해 도쿄의 제약회사 7곳과 식품회사 1곳, 오사카(大阪) 제약회사 3곳, 삿포로(札幌) 제약회사 1곳에 백색 가루와 함께 협박문이 배달됐다. 협박문에는 “약에 청산가리를 넣어 유통시키겠다. 오는 2월 22일까지 3500만 엔(약 3억500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비극이 일어난다”고 쓰여 있었다. 아사히신문을 제외한 13개 회사는 25일 우편을 받은 직후 상자에 담긴 백색 가루를 수사 당국에 맡겼다. 분석결과 백색 가루는 진짜 청산가리인 것으로 판명됐다. 아사히신문 측은 담당자 부재로 뒤늦게 28일 우편을 확인해 백색 가루를 당국에 넘겼다. NHK는 “경시청과 지방 경찰은 협박문 내용 등이 일치하는 것을 토대로 동일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공갈 미수 혐의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경시청은 용의자가 우편물 발신지를 도쿄 도내의 구치소와 교도소로 기재했다고 밝혔으며 우편 취급소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MBS(마이니치방송)에 따르면 우편을 받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 제약회사 중에는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의 협박문을 받았지만 청산가리는 들어있지 않았었다. 경시청과 오사카 지역 경찰은 협박문 내용이 지난해와 같은 점을 들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면서도 청산가리가 추가된 점을 감안해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발신자란에 옴 진리교 전 간부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만큼 당국은 우선 옴 진리교의 잔존 세력을 상대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며, 용의자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옴 진리교의 전 간부 이름을 도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옴 진리교가 언급된 협박물이란 점에서 충격의 여파가 크게 일고 있다. 옴 진리교가 일으킨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는 29명의 사망자와 6500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켜 전후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본명 마쓰모토 지즈오) 등 7명이 사형 집행을 받았지만 아직도 잔존 세력이 교파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