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原電 수출 늘리기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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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全세계 신규 원전 계획 153기
중·러·인·미 등 추가 건설 예정
500兆~600兆원 규모 블루오션

최고의 가동률과 무사고 위업
해외 일각 脫원전국 수출 비판
技術유지 위한 수출 支援 절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새로 건설할 예정이던 원자력발전소는 백지화됐고, 건설 중이던 원전(原電)은 중단됐다. 그 영향으로 국내에는 이미 많은 원전 공급망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행여 우리의 노력으로 이뤄낸 국산화 기술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원전 운영 기술까지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던 공급사들이 원전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최근 들어 많이 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루마니아 원전 설비 개선 사업의 수주를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그뿐만 아니라,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 건설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주춤하고 있는 원전 건설 사업의 돌파구를 해외 진출에서 찾는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건설 발주 계획이 있는 원전은 전 세계적으로 대략 153기나 된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57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210기의 원전이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전 세계 원전(453기)의 50%에 가까운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는, 매우 큰 시장이다. 이웃 중국이 43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고, 러시아(25기), 인도(14기), 미국(14기) 등이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탈(脫)원전 정책의 시발점이 된 유럽 대륙에서도 영국·폴란드·터키 등이 새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유출을 경험한 일본도 추가로 9기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 원전 1기 건설비만 해도 최소 3조∼4조 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원전 신규 건설은 적어도 500조∼600조 원에 이르는 매우 큰 시장이다.

기업들이 지속해서 기술을 보유하고 해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됐으면 한다. 지금도 많은 정책이 동반성장을 위해 진행 중이고, 실효성을 입증받고 있다. 이런 정책들을 원전 수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적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공급사들이 마음 놓고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이고 쌓여서 앞으로 원전 기술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핵심이 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국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원전 수출에 나선다는 ‘이중 행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수출은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국내에도 우리의 우수한 원전 건설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외시장으로 나간다면 앞서 말한 ‘이중 행보’라 불리는 비판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수출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원전 우수 공급사를 선정하고, 앞으로 해외에 수출한 기업들과 동반 성장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노력과 결실을 보고 있고, 더욱 박차를 가해 주었으면 한다. 선정된 우수 공급자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운영 중이고, 건설될 원전에 지속해서 기술을 공급하며 발전하는 길이 더 넓어지길 기대한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 우수 기업들이 지속적인 경영을 하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원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원전 가동률과 무사고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 뒤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고, 공급사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그 노력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수출이다. 정부로서도 국익(國益)을 위해서,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해서 원전 수출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원전 수출 강국으로 거듭나고, 떠오르는 국제시장에서 다시 강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국내의 경제 발전을 위해, 그리고 원전 기술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수출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전 수출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더욱더 노력해 우리나라의 우수 공급사들을 선별해 그들의 핵심 기술과 인력이 보존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지속해서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과 산업은 점점 도태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 속에 성공적인 수출 소식이 전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