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국립공원의 날(3월 3일)’ 지정과 삶의 질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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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전국의 22개 국립공원에는 연간 5000여만 명이 방문한다. 국립공원은 전 국토의 4%가 채 되지 않는 면적이지만, 우리 국민 전체와 맞먹는 수의 사람이 1년에 한 번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과 바다를 찾는 셈이다.

하지만 ‘금수강산’으로 불리며 휴식과 치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국립공원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리 잡게 됐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은 일제강점기 금강산과 제1공화국 시절 남한산성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적 의미의 자연환경 보전에 가치를 둔 것은 1967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은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 지리산이 도벌과 자연훼손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 이를 안타까워한 지역산악회 ‘연하반(烟霞伴)’ 회원들이 주축이 돼 전남 구례군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국립공원 지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군민의 참여를 이끌었다. 당시 구례군 1만 가구가 10원씩 모아 후원한 일은 국립공원 지정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연하반’의 활약과 구례군민의 헌신적인 참여로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공원 제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채 전흔이 가시지 않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당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운동의 쾌거였다.

이후 50여 년이 흘렀다. 현재 2016년 지정된 태백산을 비롯해 모두 22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돼 있고, 그 면적은 3972㎢ 우리 국토면적의 4%를 차지한다.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뛰어놀고, 산양과 여우도 국립공원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의 65%(175종)를 비롯해 국내 생물 2만2000여 종이 사는 자연의 보고 국립공원에서 우리는 자연체험과 환경학습을 통해 다양한 생태탐방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립공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환경의 핵심 지역이자 국민의 삶과 여가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함께해온 것이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매년 3월 3일을 ‘국립공원의 날’로 정했다. 이날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의 근거 법령인 ‘공원법’이 시행(1967년)된 날로, 국민 3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선정됐다. 올해는 국립공원의 날 원년으로, 3월에는 기념식을, 5월에는 기념행사를 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봄 2주일(4.27∼5.12) 동안에는 전국 국립공원에서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해 국민과 함께 국립공원의 날을 축하한다.

또한, 이 땅에 국립공원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헌신한 시민과 단체를 대상으로 ‘국립공원 대상(大賞)’ 대국민 공모도 진행한다. 이처럼 ‘국립공원의 날’을 더 많은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국립공원의 날을 지정한 것은 지난 50년간 우리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국립공원의 가치를 기념·공유하고, 앞으로 우리 국민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국립공원의 날을 명시하고, 국가 법정기념일로 등록하는 일도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지금은 잘 보전된 자연의 혜택을 국민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생태복지의 시대’다. 국립공원은 생태복지를 실현하는 자연 생태계의 핵심 지역이자 우리 국민의 편안한 자연 휴식 공간이다. 국립공원의 날을 통해 우리 모두가 차별 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대자연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기념하고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어갔으면 한다. ‘국립공원의 날’이 ‘국민 행복의 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