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KT 화재’ 청문회 거부… 黃아들 채용비리 의혹 탓일까

한국 “법안소위 파행 때문”
민주 “의혹 번지는것 막기”

자유한국당이 다음 달 4일 열기로 합의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KT 청문회가 당초 합의 취지와 달리 한국당 황교안 대표 아들과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의 채용비리 의혹 공방의 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한국당이 ‘철벽 방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과방위는 22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제2소위)를 열고 소관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의 거부로 취소됐다. 전날(21일)로 예정됐던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제1소위)도 무산됐다. 법안소위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오는 27일 열기로 돼 있는 전체회의가 순탄하게 개최될지도 불확실해졌다.

KT 청문회는 지난해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국회가 멈춰 서면서 청문회 일정이 계속 연기됐고, 그사이 김 전 원내대표와 홍문종·정갑윤 의원, 황 대표 등과 관련한 KT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에 청문회가 열려 KT 고위 관계자들이 국회에 불려 나오면 화재사고뿐 아니라 채용비리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 의혹이 거론되면 황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국당은 청문회 일정을 거부하는 이유가 법안소위가 파행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기존에 합의한 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안소위를 무산시켰다”며 “합의를 파기한 건 민주당이므로 조동호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모두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21일 성명을 내고 “한국당은 지난 14일 KT 청문회 개최에 합의해놓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돌연 청문회를 열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KT 채용비리 의혹이 김 전 원내대표뿐 아니라 황 대표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저의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