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의회, 4大 IT공룡 ‘反독점 위반’ 조사한다

법무부,구글·애플 들여다보고
FTC는 페북·아마존 조사예고
하원 법사위, 공청회 실시계획

IT빅4주가, 反독점 규제에 폭락
시총 하루만에 154조원 ‘증발’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을 대표하는 ‘IT 빅4’가 미 규제 당국과 의회의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체제 위협은 물론 개인정보 논란 등에 대한 미국 내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해당 기업은 물론 IT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몇 주간 논의를 거쳐 미국 IT산업을 대표하는 빅4 기업에 대한 조사관할권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 결과 법무부가 애플과 구글, FTC가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각각 담당·조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미국법상 법무부와 FTC는 반독점조사 권한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해 관할권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관할권 협의가 곧장 반독점조사 착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는 규제당국이 곧 IT 빅4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는지 조사에 나선다는 관측이다.

IT 빅4에 대한 조사는 법무부가 먼저 칼을 빼 들 전망이다. WSJ는 “법무부가 구글에 대한 조사를 준비함에 따라 구글도 법적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법무부가 애플에 대해서도 조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법무부는 2012년 전자책 가격담합을 이유로 애플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해 애플이 4억5000만 달러를 배상한 바 있다. FTC 역시 페이스북을 겨냥한 반독점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FTC는 개인정보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1년여간 조사해왔지만 반독점조사의 경우보다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WSJ는 “더 철저한 조사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FTC는 아마존과 관련해서는 아직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 IT 빅4의 반독점 문제를 본격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데이비드 시실린(민주·로드아일랜드) 반독점소위원장은 이날 구글 등 IT 빅4를 직접 지목하고 “열린 인터넷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소수의 문지기들이 전자상거래, 콘텐츠, 통신 등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다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요청과 함께 다수의 공청회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대선주자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올해 초 거대 IT기업 해체를 요구하는 등 2020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의 IT 빅4 때리기는 계속 거세질 전망이다.

규제 당국과 의회의 반독점조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날 IT 빅4 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페이스북 주가가 7.51% 떨어진 것을 비롯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 6.11%, 아마존 4.64%, 애플 1.01%의 주가하락을 기록해 하루 만에 해당 기업 시가총액에서만 약 1300억 달러(153조6470억 원)가 증발했다. 주력 종목들이 무너지면서 나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1.61% 급락한 7333.02에 거래 마감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