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국가 위한 헌신’ 되새겨야 할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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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국가보훈처장

69년 전, 6·25전쟁이 발발하고 보름 만에 군에 입대한 젊은이가 있었다. 당시 열아홉 살에 불과했던 젊은 청년. 지금이라면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갔을 청년은, 조국의 부름에 답하며 전쟁터로 향했다.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그가 겪었을 참혹한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수십 년 세월의 무게를 견뎌 온 그 청년은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됐고, 지난 2013년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생을 마감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5월 하순의 어느 날. 국립대전현충원 묘지에 안장된 그의 묘비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으며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을 준비를 했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어언 66년.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전쟁을 겪었던 용사들은 폐허나 다름없던 나라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은 그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를 지켜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바로 현 정부의 국정 과제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을 보듬는 ‘따뜻한 보훈(報勳)’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전명예수당과 진료비 감면 혜택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했고, 유명을 달리할 경우 대통령 명의 근조기 증정과 함께 생계가 곤란한 분들에 대해서는 장례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국립괴산호국원과 제주국립묘지, 국립연천현충원 등 안장 시설을 확충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훈정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가보훈 행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일 현충일 추념식과 25일 6·25전쟁 69주년 행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정부의 변함없는 보훈 의지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다.

국가유공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고, 생활 속에서 이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확산하기를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이번 달부터 국가유공자의 집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호국 관련 국가유공자가 그 대상으로 올해는 20만2000여 명, 내년에는 34만8000여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소년과 국군장병, 국민과 함께하는 명패 달아드리기를 통해 ‘보훈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온·오프라인 활동과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6610’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 캠페인은 현충일인 ‘6월 6일 오전 10시’ 1분간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고 명복을 비는 추모 묵념을 하는 것이다. ‘나라 사랑 큰 나무’ 배지 달기 캠페인도 국민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국가유공자와 국민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예정돼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 국민에게 ‘국가를 위한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일부터 함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정부의 노력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예우와 존경이 함께 이뤄져야만 진정한 보훈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69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향했던 젊은 청년들, 국가보훈처 직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그분들의 묘비를 닦았던 그 경건함과 엄숙함으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았다. 전쟁의 비극이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의 호국보훈 헌신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