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유화 제스처’ 속 對北제재는 유지

“김정은과 좋은관계” 또 언급
트럼프 ‘DMZ메시지’에 주목
美北 대화재개에 결정적 열쇠

美 법원, 대북제재 위반 혐의
中 푸둥銀 등 3곳 제재 가능성

29일 방한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미·북 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때 김 위원장과 ‘깜짝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실무 협상부터 단계를 밟아가려는 미국과 여전히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 간 입장 차가 여전해 국면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법원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국 대형은행에 대한 향후 제재 여부도 변수로, 미·북 협상 결렬 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카드를 사용할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DMZ를 전격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서로 친서를 주고받은 점과 맞물리면서 일각에서 양국 지도자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접경 지역을 방문할 경우 적어도 어떤 식이든 김 위원장을 향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행보에는 양 정상의 향후 국면에 대한 의중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한·미 정상회담 뒤 이뤄질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전향적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미·북 대화 재개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노딜’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무회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 측 입장에 북한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여전히 실무협상은 제쳐 두고 정상 간 회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 재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실무협상을 거쳐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미국 측의 실무 회담 제안에 화답해 판문점 등에서 비건 대표와 북측 대표 간 접촉이 이뤄진다면 본격적인 협상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조사받고 있는 중국 대형은행 3곳이 법원 소환에 불응해 법정모독죄 결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이 중국 대형은행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할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중국교통은행, 중국초상은행, 상하이푸둥발전은행 등이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위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소환장 발부에 불응해 법정모독죄 결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민병기·김남석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