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미·중 무역전쟁 ‘택일 상황’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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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1년 전 미국의 ‘1차 관세폭탄’
기술 분야 번지며 글로벌 확전
중국 5G시대 굴기 뿌리째 흔들

한국은 당면 현안에 함몰 말고
對中 경제 의존도 축소하면서
독자적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지난해 7월 6일 미국의 이른바 ‘25% 관세 폭탄’으로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식을 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25%로 올렸다. 미국은 추가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본격 압박에 들어갔고, 그 여파로 화웨이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구글은 물론 인텔, 퀄컴, 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화훼이의 핵심 거래처가 줄줄이 돌아섰으며, 5세대(G)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굴기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타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당장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가 끊기면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며, 상황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가 9개월 내 침체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전체 중국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외신들과 해외 투자은행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지속될 경우 1년 안에 세계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미·중 무역전쟁의 혼란 속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이 점점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양 대국의 무역전쟁은 우리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핵심 수출 그룹으로 꼽히는 중견기업들에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0.7%인 중견기업이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16.1%를 담당하고 있다. 핵심 수출 기업군으로 꼽히는 만큼 미·중 무역 분쟁 경과에 중견 기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실제 중견련의 지난 3월 ‘2018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견기업의 59.1%가 중국, 42.9%가 미국을 수출국으로 거래하고 있다. 전체 수출 금액은 중국 약 23조800억 원(199억9000만 달러), 미국 28조9500억 원(250억8000만 달러) 규모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양국 기업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 체인과 유통 네트워크에 큰 변화가 생길 텐데, 그러면 우리 기업들은 둘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앞서 설명한 화웨이 사태로 중국은 우리의 주요 거래처들에 화웨이 제품 거래를 중단시키고 있다. 이미 화웨이 제품은 한국의 통신 제품 시장을 상당수 잠식한 상태인 만큼 앞으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드 사태와 이번 화웨이 사태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국익을 최우선하는 결정을 하기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나치게 높은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는 우리 경제가 중국 경제 동조화와 종속관계로까지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서서히 미·중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기회가 있다. 바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과정과 그 후의 남·북·중 경제협력, 동북 3성 지역에서의 다자경제협력, 동북아 공동체 형성 등이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자주적이고 소신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중국으로부터 현재와 같은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먼저, 한국과 중국의 산업 구조 차이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양국의 주력 산업 간 중첩되는 부분을 명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을 낮추고,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응하며 중국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노력,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 개발 등 달라진 한·중 경제 구조에 따른 새로운 경제 협력 방안의 모색도 적극적으로 시도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심화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과 동시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역경쟁에서 독자적인 차별화를 하는 일이 필요하다. 위기일수록 당면 현안에만 함몰되지 말고 자주적인 중장기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