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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1일(木)
‘비민주 쇄신 공천’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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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전(全) 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규칙을 확정하면서 주요 정당의 공천 경쟁에 막이 올랐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현역 의원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기득권 타파, 정치 신인 등 소외층 참여 확대, 계파를 초월한 공정한 경선 등을 실현하겠다고 호언한다.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동시에 과감한 인적 쇄신도 이루겠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가장 성공한 쇄신 공천 사례로 꼽히는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과 새정치국민회의의 경쟁이다. 두 당의 공천은 각각 김영삼(YS)과 김대중(DJ)이라는 강력한 ‘총재 권력’ 하에 이뤄졌다. 역설적이게도 ‘비(非)민주’가 과감한 현역 물갈이와 신진 등용이라는 ‘쇄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당선인 299명 가운데 45.8%인 137명이 초선으로 채워졌다.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신한국당에선 김기춘·김무성·김문수·맹형규·이완구·이재오·이회창·정우택·정의화·홍문종·홍준표·황우여 등이 이때 국회에 발을 들였다. 국민회의에서도 김근태·김민석·김영환·김한길·신기남·정동영·정동채·정세균·천정배·추미애 등이 등용됐다. 이들 가운데 국회의장만 3명이 나왔다. 국무총리와 장관, 각 당 대표·원내대표 등에 오른 사례는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개별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15대 국회 초선들이 이후 한국 정치를 주도한 것은 분명하다.

‘총재의 시대’가 오래전 역사임에도 여전히 15대 총선 공천이 성공 사례로 회자되는 것은 안타깝다. 우리 정당들이 아직 민주와 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법을 못 찾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원경선과 국민참여경선, 여론조사경선 등 갖가지 절차와 형식을 갖췄음에도 내실은 없다는 의미다. 21대 총선 공천 전망도 밝지 않다. 민주당은 성과가 저조한 현역 의원에게 감점을 주는 대신 신인과 여성 등에게는 가점을 주고, 현역 전원이 경선을 거치도록 했다. 한국당에서는 일부 현역에 대한 공천 배제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 철옹성 같은 현역 기득권을 허물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인지도가 1∼2%에 불과한 예비후보자를 놓고 당원투표나 여론조사를 하는 게 민의를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당원 동원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이중 당적 사례를 걸러낼 방법이 마땅찮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경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단을 찾든, 공론조사 등 ‘동원 경선’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찾든 각 당이 보완해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5대 공천이 성공한 원인을 YS와 DJ의 절박함에서 찾는다. 대통령 임기 중반인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참패한 YS는 이듬해 총선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했고, 정계 은퇴 약속을 뒤집은 것도 모자라 진보 진영 분열까지 유발한 DJ는 마지막 대권 도전을 위해 못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정적 국정 운영 기반을 다져야 할 민주당이나, 정권 탈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할 한국당이나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천을 통해 그 절박함을 국민 앞에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1년 뒤 두 당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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