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조롱에도 계속 저자세… 운전대는커녕 ‘패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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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구멍’ 방치하는 文
北의 통미봉남에 대책 없고
트럼프까지 한미훈련 폄하
野 “남북·한미관계 비정상”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는 강한 어조로 맞대응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작 안보의 직접적인 위협 대상인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안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5일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헌법에 적시된 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아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민이 치욕을 당하고 있는데도 대통령도, 국방부도, 여당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며 “야당의 정당한 비판에는 핏대를 세우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모욕적인 언사에는 왜 한마디 반박도 못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노골적인 ‘통미봉남’에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도, 한·미관계도, 미·북관계도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모두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안보는 ‘사면초가’에 직면한 상황이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본과 ‘경제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한·미 연합 훈련 및 방위비 분담 등을 놓고 미국과도 삐걱대는 모양새다. 북한은 노골적인 통미봉남 전략을 들고나오며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조롱 섞인 막말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80일여 만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뒤 다섯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동안 청와대는 최대한 ‘신중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달 25일에는 매주 열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회의를 오후에 열었다. 31일에는 긴급하게 회의를 열었지만, 이 역시 문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가 아닌 정 실장 주재 상임회의였다. 이어 8월 2, 6, 10일에는 NSC 회의도 열지 않고 관계부처 장관회의만 열었다.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북한이 여전히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일 한·미 연합 훈련이 종료되면 미·북 간 실무 협상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론’에 매몰돼 주관적 판단을 하면서 ‘안보 구멍’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을 제쳐 두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통미봉남 전략을 본격화한 상황인 데다, 미국 역시 한국의 ‘중재자’로서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