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파장>“韓 반칙성 태클로 불필요한 실수… 최대 승리자는 北”

- 美 전문가·언론 등 지적

“文대통령이 자초한 상처들은
한국에 가장 큰 피해 입힐 것”

미국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어리석은 결정” “한국의 실수”라면서 깊이 우려했다. 민족주의에 경도돼 국가 안보를 뒷전으로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오미연 애틀랜틱 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왜 민족주의가 한국의 국가안보보다 우선인지, 한국은 자국 안보에 있어 북한보다 일본이 더 위협적이라고 보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이자 외교통상 전문지 ‘넬슨 리포트’ 부편집자인 댄 스나이더도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꼬집으면서 “집권 여당에 가져다줄 이득 등 국내 정치적 계산이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은 한국의 실수”라며 향후 한·미 동맹 및 동북아 안보구도에도 균열이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국장은 “이번 사태는 한·미 동맹과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한·미·일 간의 균열은 결국 역내 도전자인 북·중·러에 유리할 뿐이므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넬슨 리포트에 “수년 뒤 역사가들이 ‘미국 중심의 동북아 안보 구조가 종말됐다는 걸 알린 신호’라고 말할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도 “한국의 반칙성 태클로, 불필요한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이 상처들은 동맹과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국 그 자체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 역시 우려를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결정으로 인한) 가장 큰 패배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한편, “최대 승리자는 북한”이라고 전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약화하는 만큼 북한에만 유리한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매체 더 힐 역시 “지소미아 폐기는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시켰다”고 비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