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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6일(金)
가을은 마음의 고통 치유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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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나친 경쟁·심각한 취업난…
대학생 마음건강 점점 나빠져

IMF 뒤 상담건수·심각도 증가
매월 한 건 이상 자해·자살 시도

전문성 갖춘 상담센터 찾아와
행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대학 캠퍼스에는 생기에 찬 학생들로 가득하다. 겉으로는 학생들이 활기에 넘치고 건강해 보이지만, 실상 내면은 걱정이 많다. 지난 3월 종합대학의 학생상담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대학생들의 마음건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거의 매월 한 건 이상의 자해 또는 자살 시도 관련 응급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심하며, 심지어 약물치료와 상담센터의 상담을 병행하는 학생도 40%에 가깝다. IMF 외환위기가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정신적 어려움이 큰 학생이 많아지더니 최근엔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상담 건수와 심각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러니 정신적으로 어려운 학생의 상담 기간이 늘어나 처음으로 상담을 원하는 학생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고, 적성검사와 코치 받으려는 학생은 아예 기회가 없다시피 하다.

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대학생이 증가하는 것일까? 지나친 경쟁 풍토, 획일적 교육정책, 심각한 취업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이리라. 최근 사회문제가 된 청소년 자해·자살 문제를 볼 때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생의 심각도와 비율은 더 증가할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생들은커녕 초·중·고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기도 벅찬 것 같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대개 우리 대학과 유사하며, 국립대학은 지원을 좀 더 받아 단과대학별로 전문 상담원을 고용하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 상담소는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다루기엔 전문성이 부족하고, 전문 치료기관과의 연계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상담센터를 방문해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시간만 끌거나, 휴학하게 된다. 우리 대학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고, 그 결과 전문 상담원들이 어려운 학생을 다루느라 다른 학생의 상담 기회가 줄어들고, 심지어 상담원들에게 항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제는 대학 상담센터도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대인관계의 어려움, 학교생활 부적응을 돕는 10∼15회기 내외의 상담 서비스를 상담심리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과거의 상담 모델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좀 더 정신적 고통이 깊은 학생은 초기 선별면담 도구를 시행하고, 3회기에 걸쳐 학생에게 자신의 정신적 문제의 종류와 심각도를 이해하도록 도우며, 필요한 때에는 전문 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임상연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적성검사와 취업 관련 상담을 원하는 학생에게 교육적 상담을 좀 더 해줄 수 있어 대학 상담센터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상담원들은 실제 학생에게 외부 전문 치료기관으로 연계했을 때 거부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무료 상담이 가능한 대학 상담센터를 선호할 것이므로 그 대책도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건강 이슈를 다루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절감한다. 선진국의 경우 정신병리가 의심되는 학생들은 대학 차원에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는 의사의 확인서 없이는 등록을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필자도 이런 외국 대학에 필요한 영문 진단서를 방학 때마다 몇 건씩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은 아직 해결되지 않는 정신건강 문제로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 결과 정신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대학생은 자신도 전문 치료기관에 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가족들도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대학 상담센터는 단순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각한 정신병리가 있는 학생들을 초기에 선별하고 향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치료적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 상담센터에서는 먼저 전문성을 강화해 초기 선별 서비스와 전문기관 연계 시스템을 만드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인데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 상담원들에게 이러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임상 교육을 하는 것과 학생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일이다. 기존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는 정신병리를 이해하고 평가·진단하는 체계적 교육 내용은 많이 부족하니, 이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필요한데 단기간에 이뤄질지 걱정되기도 한다. 또한, 학생도 기존 관행대로 마음에 어려움이 느껴지면 상담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초기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 및 면담을 거쳐 전문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할 수준으로 평가되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정신적 문제를 나쁜 선입견으로 낙인 찍는 우리 문화와 관련이 깊다.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갖는 섬뜩한 이미지를 대학 상담센터·학생·학부모들에게 어떻게 바꿔 전달할 것인지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전문적 치료를 의뢰하는 대다수 대학생의 증상은 심한 불안·우울증·사회성 문제 등인데 이게 심해지면 정신병리 범주에 들어,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고 상담 서비스도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치료적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식이 일반인들에게 통하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우리 대학에서 시도하는 대학 상담센터의 변화가 제대로 정착돼 마음의 고통이 극심한 학생들도 제대로 치유돼 행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가을 학기를 맞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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