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독감 ‘국가 예방접종’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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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인플루엔자(독감)는 매년 겨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이 발병하는 대표적 불청객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인 영유아·임신부·고령자·만성질환자는 인플루엔자 및 합병증으로 입원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잖다.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이는 발병률·입원율·사망률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그래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며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 사업을 하고 있다.

임신부가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유산·조산 및 심부전, 폐렴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임신주수에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임신부가 예방접종할 경우 엄마 몸에서 만들어진 면역력이 탯줄을 통해 뱃속 아기에게 전달되고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생후 6개월 이하 영아에게도 예방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해 뱃속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미국·영국 등 예방접종 사업 선진국이나 홍콩·호주 등 OECD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이미 임신부를 사업 대상자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임신부를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어린이의 경우 인플루엔자에 가장 많이 걸린다는 점, 학교에서 인플루엔자에 걸려 귀가하면 고령자·영유아·만성질환자·임신부 등 가족 내 고위험군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 학교는 또래들이 장시간 같이 생활하므로 2차 환자를 쉽게 만들어 낸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인플루엔자 백신을 제공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진행했더니 그 효과로 고령자에게서의 인플루엔자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면 나이 때문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고령자에게 간접적인 효과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신부와 초·중·고 학생들에게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진행했을 때 소요되는 국가 예산에 비해 얻는 사회·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를 사업 대상자에 포함해 접종률을 80%까지 올리면 합병증 발생과 입원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백신비·접종비를 국가가 감당함에도 인플루엔자에 걸려 부담하는 진단비와 치료비, 노동력 손실, 삶의 질 감소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우월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중·고교 학생의 경우도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시행하면 국가가 투입하는 재원 규모보다 학생들에게서 인플루엔자가 예방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득이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 지원이 없는 중·고생의 접종률은 41.8%인데, 이들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해 접종률을 80%까지 올리면, 주요 지표들(백신 비용이나 의료비용 등)을 여러 시나리오에 적용해 보더라도 비용 효과적(cost-effective)일 확률이 97%로 매우 우월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위에서 언급한 간접효과까지 반영하면 비용 효과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도 다르고 백신 효과도 차이가 있어 어떤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할 것인지도 중요한 이슈다. 최근 4가백신, 고용량백신 등 차세대 백신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어 이들 백신을 포함하는 전략 또한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국가가 권장하고 제공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대상자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모니터링·관리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접종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