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패닉 바이러스’도 퇴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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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 前 공정거래위원장

여행·항공업 넘어 全분야 파급
소상공인은 폐업 위기 몰리고
한국은 1% 성장까지 걱정할 판

각국 유동성 공급 효과 회의적
정부는 정교한 지원 설계하고
정치권은 당리당략 지양해야

이름도 생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공중보건위생 차원을 뛰어넘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의 자국 침투 및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많은 국가가 자국 내 주민 이동 제한은 물론 국경 봉쇄 조치를 하면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 등 국제기구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1% 이상 추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역시 ‘미증유의 경기침체’를 경고한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으니 1% 성장조차 가능할지 매우 걱정스럽다.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 경제라는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사태 초기, 항공과 여행업계에 국한됐던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 체계 속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사람들 역시 외출과 소비 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폐업을 우려할 정도로 공황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국면에 봉착해 있다는 분석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감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물론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발 빠르게 금리 인하 등 선제적 차원의 조치들을 취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의 급작스러운 경기침체 징후는 유동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충격과 공포로 인해 경제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부의 역할이 더 긴요하다. 바이러스가 더는 전파되지 않도록 방역 활동을 강화하는 게 일차 과제임은 물론이다. 세계적 찬사를 받는 자동차 이동형(Drive-Through) 선별진료소 같은 혁신적인 방역 체계를 개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지갑을 닫아 버린 가계를 대신해 소비성 지출을 늘리고 기업활동의 제약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과 폐업을 걱정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정책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부적이고 표적화된 재정 지원을 통해 피해 경제 주체들의 직접적인 가처분소득을 확대해 주는 방식도 필요하다. 과거 우리 경제가 대외적인 충격에 취약했다는 경험칙에 비춰볼 때 미·중·일 주요 교역국들과 예방 차원의 경제 및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여타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노력도 절실하다. 우선,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아쉽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에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방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는 사회공동체 모두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강하다곤 하지만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기저 질환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관리만 잘한다면 조기에 극복 가능하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보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사회 분위기가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미디어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치권 또한 당리당략과 공명심이 앞선 듯한 행동을 지양하고 정부가 작금의 위기를 수습하는 데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회복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본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기업들 역시 어려운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에 있는 대기업들이 먼저 상생 의지를 가지고 중소 협력 업체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 자산가들도 그러한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는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임대료 감면 등 다각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은 팬데믹이 아니라 패닉이 더 심각한 바이러스 경제위기 상황!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새로운 접근과 함께 국내외적인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