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암 투병중에도 밝은 모습 잃지 않던 딸…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지수(1984∼2012)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새벽기도를 하면서 기도제목 첫 번째는 항상 우리 딸 지수가 차지했다. 1남 1녀 중 외딸이던 지수. 늘씬한 키에 천사같이 착하고 예쁜 우리 딸. 항상 남을 배려하고 주체성이 뚜렷하며 생각이 깊었던 지수였다. 아빠로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대화를 나누지 못해 늘 미안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잦아 걱정스러웠는데,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쯤 하지정맥부전증으로 양다리를 수술한 후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다 신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 해 서울대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했는데, 2012년 6월 난소암 3기 진단이 나왔다. 그때의 충격과 암담함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하고부터 하나님께 완치해주시길 매일 간구하며 기도드렸다. 두 달 후 경기 가평의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수를 데리고 전에 가봤던 춘천시 한 카페에 들렀다. 함께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지수는 이미 자신이 아빠, 가족들과 영원한 이별을 할 것을 예감한 듯한 말을 했다. 차를 타고 요양병원으로 돌아올 때 아빠가 부르는 노래에 박수 치며 기분을 맞춰주던 우리 딸.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매일 복수를 한두 병씩 뽑아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주치의는 회생 가능성이 없음을 설명해주고 서대문 적십자병원으로 옮겨 보존 치료를 받으며 마지막 정리를 할 것을 권유했다. 그해 10월 1일 추석날, 가족 식사 후 소고기를 지수에게 먹이려고 갖다 줬는데, 먹고 난 후 다 토해내고 식사를 일절 못했다. 키 176㎝에 58㎏이던 몸이 40㎏대로 쇠약해졌고, 급기야 10일엔 적십자병원에서도 간호사들 바로 앞방으로 병실을 옮기게 하더니 그날 밤 산소호흡기를 달면서 이별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전에 아내가 이틀 연속 간병해 그날 내가 지수 곁을 지켰다.

30분 단위로 눕다 일어나 앉기를 반복하더니 일어날 기력도 없어지고 손의 맥박도 떨어지고, 서서히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었다. 그러더니 11일 예쁜 우리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던 아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아빠로서 얼마나 반갑고 슬프던지…. “지수야 사랑한다. 아빠가 우리 지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지수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 5분 후 우리 지수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하늘나라로 갔다. 어찌 그리 평화롭고 예쁘고 환한 얼굴이던지, 그 마지막 밝았던 우리 딸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내 뇌리에 박혀 있다.

천국에서 이제는 아무런 고통과 슬픔, 눈물 없이 행복하게 지내며 다시 만날 아빠, 엄마, 오빠 등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안녕,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땅에서 선한 삶을 살고 천국에 가서 다시 우리 딸을 만나게 해달라고, 나의 삶을 감찰해주십사 하고 하나님께 매일 기도 드린다. 맘이 울적할 때마다 지수를 만나러 분당 스카이캐슬에 가곤 한다. 우리 지수는 나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장례를 치르고 집에 온 날 아버님께서 지수가 A4 용지에 남긴 편지를 건네주셨는데, 이 편지가 다시 내 마음을 흔들었다 .

‘하나님께서 이 고통 끝에 치유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 저를 위해 매일 애쓰시는 아빠 엄마 오빠 고모 작은아버지 등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12년 8월 12일.’

믿음으로 이 큰 슬픔 이겨내며 언젠가 천국에서 우리 딸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매일 기도 속에 지낸다. 사랑하는 예쁜 우리 딸 지수가 너무 보고 싶다.

아빠 안홍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