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바람 방향·구름 형태·꽃잎 변화 … 자연의 신호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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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수업 | 페터 볼레벤 지음, 고기탁 옮김 | 해리북스

‘바람과 새와 꽃의 은밀한 신호를 읽는 법’이란 부제처럼 ‘자연의 기미(幾微)’를 알아차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일은 과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능력이 대부분 퇴화하고 말았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인간은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대신 과학적 정보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있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석양이나 새벽하늘의 색깔로 이튿날이나 당일 날씨를 짐작했지만 지금은 모바일로 일기예보를 보며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날씨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바람의 방향과 구름의 형태와 색깔은 물론이고, 심지어 독수리의 선회 모습과 식물의 꽃잎 변화 등의 파편적인 정보를 어떻게 날씨를 예측하는 정보로 변환해 독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자연에서 관찰되는 모든 형상과 존재를 두루 지목하면서, 그것이 드러내는 다양한 현상과 의미에 대해 차분히 분석한다. 누구나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 사소한 현상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분석하고 확장하는 저자의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바로 ‘자연에 대한 넘치는 관심과 애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가 해답을 찾은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비가 오면 왜 데이지 꽃이 안쪽으로 말리는지. 독수리는 어떻게 날갯짓 한 번 없이 유유히 몇 시간씩 선회할 수 있는지. 비만 오면 지렁이는 왜 땅 위로 올라오는지….

저자가 이 책에서 줄곧 주장하는 건 퇴화한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관찰 능력을 다시금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다양함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내가 사는 세상의 다양성을 확장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이렇게 얻은 지식은 자주 불행한 결말을 초래하곤 하는 자연에 대한 신중치 못한 개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이로운 동물과 해로운 동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거나, 자연과 동물에 인간 중심적 잣대를 들이대는 문제를 극복하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무뎌진 자연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확장할 것을 독자에게 권한다.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자전과 공전을 하는 우주 행성의 운동까지도 느껴 보려 애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방 안의 책상에 햇볕이 얼마나 오래 머물다 가는지, 화분 흙의 수분은 어느 정도인지, 집 안의 바람은 어디로 들어오고 어느 쪽 창으로 나가는지를 세심히 살피는 일의 쓸모 있음과 즐거움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255쪽, 1만4800원.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