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2류, 정치는 4류”… 혁신 안통하는 정치권에 ‘일갈’

- 李회장, 역대정권과의 관계

노태우 비자금 연루돼 ‘집유’
DJ·노무현과는 밀접한 관계
박근혜 방미수행 이듬해 病席

끊임없는 혁신으로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에 올려놓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정치권과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어왔다. 이 회장과 삼성은 기업 혁신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혁신을 추구해 왔지만 정치권의 ‘유탄’을 맞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때가 많았다. 평생 혁신 전도사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의 혁신 DNA가 통하지 않은 곳이 정치권이란 말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과 애증의 관계가 극명하게 나타난 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1995년 삼성자동차 사업과 관련한 기업 규제를 비판하며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일갈했고, 며칠 뒤 YS는 “이건희 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청와대는 방미 수행 기업인 명단에서 이 회장의 이름을 빼고 삼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뒤끝’을 보였다. 이듬해 이 회장은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에게 100억 원을 전달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는 수시로 통화하는 등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DJ가 정보기술(IT) 산업을 강조한 배경에도 이 회장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재계 구조조정으로 이 회장의 숙원이었던 자동차 산업 진입은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삼성과의 밀접한 관계가 정권 내내 이어졌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던 이 회장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 회장을 2009년 12월 특별사면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방미 때 이 회장과 동행했으나 이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교류가 이어지지 못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