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황동규>일상에서 마주친 ‘인생의 절정’… 劇서정시의 지향점 정리한 산문도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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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느새 여든을 넘긴 황동규 시인. 여전히, 아니 더 새롭게 ‘거듭’과 ‘성장’을 말한다. 열일곱 번째 시집이자, 4년 만에 출간된 신작 ‘오늘 하루만이라도’(문학과지성사)는 그런 이야기다. 78편의 시와 산문 두 편이 실린 책은 ‘이기고’ ‘버티며’, 시를 쓰며 ‘수행’을 거듭해온 시인의 삶이 오롯이 담겼다. 자연과 사람, 일상에서 포착한 작은 생의 기운도 허투루 하지 않으며. 슬픔을 활력으로 바꾸는 놀라운 마법을 부리며.

표제작 ‘오늘 하루만이라도’는 “연극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 시적 자아를 변모시키는” 황동규 시의 힘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그게 무엇이든 ‘희망과 기대’로 치환시키는 ‘활력’의 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을 오르다가, 날아든 은행잎을 보고 시인은 ‘가을의 절정’을, ‘인생의 절정’을 생각한다. 계단을 오르듯, 매일 그렇게 ‘절정’으로 다가서는 것이 삶이라고. 이광호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이 다짐은 “선언”이자 “발화 자체가 행위가 되는 수행문”이다. 이 평론가는 이 ‘수행문’이 “삶의 순간을 극적으로 바꾸며, 작은 현재를 홀연히 ‘무한’으로 옮겨놓는다”고 평했다.

극(劇)서정시라 불리는 황동규 시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이상향을 꿈꾸는 시적 자아는, 냉철한 현실의 자아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반듯한 균형감을 찾아 나간다.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면／인간이 변하는 꿈은 어떻게 꿉니까?’(‘늦겨울 밤 편지’), ‘죽음아 너 어딨어? 하듯／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글자까지 읽어내는 인간이 있다’(‘죽음아 너 어딨어?’), ‘빠른 회전 하다 발 잘못 짚어 비틀비틀대겠지／비틀비틀거린 적이 이번뿐이더냐?’(‘마주르카’).

‘마지막’이 암시되는 수많은 장면 속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찾아낼 줄 아는 시인은 직접 쓴 산문 두 편을 실었다. 자신이 그 길을 연 ‘극서정시’가 무엇인지 그 본래 뜻과 지향점을 잘 정리해 밝히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