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최대 위기… 남양유업 비상경영

소유·경영 분리 등 논의

‘불가리스 코로나 효능’ 논란 사태를 야기해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다.

남양유업은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쇄신책 마련과 함께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의를 표명했던 이광범 현 대표이사는 후임 경영진이 선정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한다. 남양유업은 이를 위해 지난 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 공백에 빠진 회사의 대책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물러난 상태다. 이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고, 다음날에는 홍원식 회장이 사퇴했다. 앞서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상무)도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홍 회장은 4일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영 쇄신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이번 사태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당장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 이후 또다시 번진 불매운동으로 대리점주를 비롯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 차원의 보상 방안이나 후속 쇄신책 등이 마련되기까지는 또다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 경영진 선임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양유업 정상화도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며 “실추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총수 일가의 지분 처분과 폐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등 실질적이면서도 투명한 결단과 대책이 조속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에는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 공장장이 선임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내부적인 혁신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 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