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에 부는 ‘중년의 신바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필 미켈슨이 24일(한국시간) 열린 PGA투어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 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작년 48세 싱크·50세 게이 이어
51세 미켈슨, 메이저대회 우승
시즌 34개 대회서 40대 우승 5회

과학적 몸관리로 체력감소 극복
클럽 등 장비기술 발전도 도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중년파워’가 거세게 불고 있다.

필 미켈슨(미국·사진)은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 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미켈슨은 1970년 6월생으로, 50세 11개월에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면서 53년 묵은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PGA투어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줄리어스 보로스(미국)로, 48세 4개월에 1968년 역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투어 50대 우승자는 모두 7명이지만, 메이저대회 50대 우승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50세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PGA챔피언십에서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그런데 50대 챔피언은 계속, 더 자주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2021시즌 PGA투어는 PGA챔피언십까지 총 34개 대회를 치러 35명이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달 열린 취리히클래식은 2인 1조로 치러져 대회 수보다 우승자가 1명 많다. 35명의 우승자 중 30대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해 11월로 미뤄졌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더스틴 존슨(37·미국)과 지난 2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브룩스 켑카(31·미국), 이달 웰스파고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30대의 중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튜어트 싱크

20대 우승자가 13명으로 30대에 이어 2위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브라이슨 디섐보(28)를 비롯해 저스틴 토머스(28), 조던 스피스(28), 샘 번스(25·이상 미국) 등이 ‘젊은피’의 대표주자. 지난 1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한 김시우(26)도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40, 50대 중년들이 힘을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살 안팎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후배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정상에 올라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올 시즌 40대가 우승한 건 5차례다.

스튜어트 싱크(48·미국)는 올 시즌 2승을 올렸다. 지난해 9월 세이프웨이오픈에 이어 지난달 RBC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디섐보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다. 브라이언 게이(50·미국)는 시니어투어 진출을 앞둔 지난해 11월 버뮤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미켈슨이 PGA투어 사상 최초의 50대 메이저챔피언이 됐다.

앞으로 중년, 특히 50대 챔피언은 익숙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싱크와 미켈슨이 선두주자를 다툴 것으로 내다보인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46세로 베테랑. 운전하던 차량이 전복되면서 다리가 골절돼 재활 중이지만, 우즈의 운동신경이 워낙 탁월해 머지않아 필드에 복귀하고 ‘중년부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년이 돋보이는 건 노련미에 체력까지 겸비했기 때문. 과거와 달리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하고, 효율성 높은 훈련방법으로 기량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영양 공급에 특히 신경 쓰고 식이요법 등으로 노화를 늦춘다. 클럽 등 골프장비가 과학적으로 제작되면서 작은 힘으로도 큰 효과를 누린다. 미켈슨이 좋은 예. 미켈슨은 요가와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기르고, 식단 조절과 커피를 활용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여 가벼운 몸을 유지하고 있다. 40, 50대가 20, 30대에 맞설 수 있는 이유는 많다.

PGA챔피언십에서 골프사를 새로 쓴 미켈슨은 다음 달 열리는 US오픈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켈슨이 US오픈마저 제패하면 50대에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이룬다. US오픈은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샌디에이고는 미켈슨의 고향. 미켈슨은 “정신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토리파인스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US오픈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