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열돔’에 갇힌 해안… 해양생물 10억마리 ‘찜통 폐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국립기상국이 예측한 오는 11일 오전 미국 서부지역 최저기온 지도.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오전 시간대임에도 검붉은 색으로 표시된 일부 지역의 경우 기온이 31.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한 해변이 죽은 홍합들로 뒤덮여 있다. 최근 캐나다에선 이상 고온을 초래하는 ‘열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았고, 이에 홍합 등 해양 생물 10억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가디언 캡처

■ 캐나다 강타한 이상 고온

홍합·조개 등 입 벌린채로 죽어
사체 썩어가며 악취까지 진동

열돔, 美 서부지역으로 이동 중
데스밸리 54도까지 오를 전망

“보통 해변을 걸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진 않죠. 여기저기 빈 홍합 껍데기가 너무 많이 놓여 있어서 도저히 피해서 걸어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홍합들은 해변 위에서 그대로 요리가 돼 버렸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해양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할리 박사는 밴쿠버의 해변을 산책하다가 바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탓에 수많은 홍합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홍합 외에도 달팽이와 불가사리, 조개 등이 얕은 물웅덩이에서 썩어가며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내한성(추위를 잘 견디는 성질) 조개류인 홍합은 30도가 넘는 환경에선 생존할 수 없다. 이날 할리 박사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해안가에서 측정한 온도는 50도를 넘었다. 그는 “홍합이나 조개는 바닷물을 여과해 햇빛이 바닥까지 충분히 도달하도록 하고, 해양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1㎡ 규모의 홍합이 100종에 달하는 생물들의 서식지가 된다”면서 “이들의 대량 폐사는 궁극적으로 수질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합은 2년 단위로 재생될 수 있지만, 조개·불가사리 등 다른 생물들의 경우 수십 년이 걸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캐나다 태평양 연안에서 지난주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들이 폐사했다는 할리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전했다. 최근 5일 동안 캐나다 서부 지역을 달군 최악의 ‘열돔’(heat dome·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반구형 지붕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할리 박사는 “많은 종류의 생물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생태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며, ‘티핑 포인트’(분기점)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일주일간 캐나다에서 평년 대비 3배 많은 719명의 사망자를 낸 열돔은 미 서부로 이동하면서 또 한 번 역대급 불볕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주말새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서부, 유타 서부 등에서 폭염이 예상되며 최소 2800만 명이 영향권에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지구 상 기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악명이 높은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에선 1931년 관측 이래 최고치인 54도의 기온이 예상되며, 핸퍼드·새크라멘토 등에서도 43도 이상의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더위가 전망된다.

이 같은 극단적 고온 현상은 인류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전 세계 43개국에서 2000∼2019년 사이 매년 500만 명, 10만 명당 74명이 고온·혹한으로 사망했으며 특히 온열로 인한 피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기후 위기 악화와 코로나19라는 복합 위기로 전 세계에 ‘기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1분당 11명이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선 58개 카운티 중 50개에 비상 가뭄 사태가 선포되면서 주지사가 주민들에게 물 사용량을 15% 줄여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