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금융시장 변화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韓銀, 전격 금리인상 배경·전망
저금리로 위험 성향 투자 강화
자산가격 급등으로 거품 키워
금융 불균형 심화에 전격 단행
가파른 물가 상승도 인상 배경
美 테이퍼링 선제 대응 성격도
한국은행이 26일 폭발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 재료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향후 이어질 추가 금리 인상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기가 도래하면 저금리 대출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상당한 이자 부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융 불균형’에 본격 대응 =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은 당연히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자산시장 거품에 따른 금융 불균형의 심화다. 현재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도한 차입에 의한 위험 추구 성향 투자가 강화되고 이는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거품을 키우게 된다. 지난 2019년 1600조 원 수준이던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지난 2분기 1806조 원까지 증가했다.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41조6000억 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에도 지난달 가계대출이 9조7000억 원 늘면서 역시 7월 기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지난달 1.64% 상승, 1월 이후 7개월 연속 1.0% 이상 오르면서 누적 상승률이 11.12%에 달해 부동산 시장 열기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특히, 가파른 물가 상승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중요한 배경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애초 1.8%에서 2.1%로 수정해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상회하는 전망치라 ‘물가 비상’이 걸린 셈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3%(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이후 4개월 연속 2.0%대를 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 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 요인을 종합한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지난해 1분기 -0.6%(전년 동기 대비)에서 4분기 연속 상승하면서 올 1분기에는 2.6%로, 2017년 3분기(3.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제 대응 필요성도 있다. 테이퍼링 가시화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수출과 소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견조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을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추가 인상 시 금융시장 ‘출렁’= 문제는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됐을 때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5월부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이번 금리 인상 요인은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된 상태다. 일회성 금리 인상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은은 추가 인상을 통해 1.0%대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뒤 인상 효과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그동안 ‘질서있는 정상화’를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10월 추가 인상보다는 11월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금리가 추가 인상되는 시점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안전자산 선호 경향 등이 나타나 금융시장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은은 이 시점에서도 실물경기의 견조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도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에도 경기 회복세는 지속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