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法의 지배’ 파탄과 회복 갈림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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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적어도 영국 중세의 마그나카르타와 법 지배의 원리 이래 입헌주의와 법 지배의 원리(the Rule of Law)는 동의어처럼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해 왔다.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이 없는 나라는 헌법이 없는 거다(프랑스 인권선언 제16조).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법 지배의 원리 없이는 사상누각이 되는 까닭이다. 입헌국가의 법 지배 원리와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의 타당한 법치주의를 차별하지 않은 채 우리는 다 법치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차별화해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체주의국가의 법치주의는 법치가 통치(권력)의 수단(the Rule by Law)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라의 법치가 통치의 수단인 점은 (공산)당 영도주의와 민주적 중앙집권제 원리가 보여준다(북한, 중국 등). 이 두 원리는 권력분립 원리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그 반면, 법 지배의 원리에서 말하는 법은 자연법·정의·이성·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포함, 입법·행정·사법(통치) 권력 통제, (국회)입법은 모든 것을 구속, 사법권 독립을 핵심 요소로 하여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의 토대가 된다. 나아가 이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질서의 바탕이 된다. 법 지배의 원리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주기 때문이다. 법 지배의 원리를 토대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가 전체주의·통제경제에 대해 우월한 체제 경쟁력을 지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이 같은 우리의 체제 경쟁력을 회복시킬지, 그 훼손을 더욱 가속시킬지를 판가름하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가치를 공유하는 친미·친일 외교인지, 반대로 적대적 가치를 지니는 친북·친중 외교인지의 선택 문제이기도 하고, 대내적으로 배분에 올인할지 성장을 택할지의 경제정책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또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규제 일변도냐 자율화냐, 친노동이냐 친기업이냐, 각종 과세 증대냐 아니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토대인 입헌주의·법 지배 원리의 훼손 문제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여당 다수의석이 밀어붙여 만든 공수처의 야당·언론인 등 200여 명에 대한 통신 조회가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개혁은 명분일 뿐 감시·감독 잘하라고 만든 기구 아니던가? 제왕적 대통령 현상의 한 축을 이룬 국회 다수의 독재와 586운동권의 진보사상을 기초로 한 대통령의 코드 인사는 삼권분립, 사법권 독립을 무력화했다. 코드 인사는 정부 부처는 물론 군대·공공기관·공기업과 국민연금을 통한 사기업에까지 미친다. 노동조합의 우군화, 언론 접수, 전교조의 교육계 장악과 더불어 포퓰리즘적 재난지원금 살포 및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부동산 세금 폭탄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전체주의적 변화는 우리나라 입헌주의·법 지배 원리의 핵심인 법의 권력 통제 기능을 무력하게 했다.

청와대 권력 핵심에 이르게 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국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작용했고, 검찰 학살, 친정부 인사 등 결과적으로 검찰총장 퇴출과 야당 대선 후보까지 만들었음을 세상은 다 안다. 이번 대선이 권력 통제 기능의 회복을 통해 대한민국의 입헌주의와 법 지배 원리가 굳건히 서서 작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