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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9일(水)
그땐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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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 서로 묶인 운동화 한 켤레가 전깃줄에/ 높이 걸려 있다 오래 바람에 흔들린 듯하다/ 어느 저녁에 울면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간/ 키 작은 아이가 있었으리라/ 허공의 신발이야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치자/ 구두를 신어도 맨발 같던 저녁은/ 울음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구부정한 저녁은/ 당신에게 왜 추억이 되지 않나’

- 심재휘, ‘신발 모양 어둠’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오랜만’이란 명사의 참 의미는 좀 살아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새삼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옛 친구 덕분이었다. 서점 카운터 너머로 불쑥 내민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며 나는 낯설면서도 익숙함을 느꼈다. 그와 함께 겪었던 일들과 그의 이름이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이러저러한 매체에 기고한 글 중 하나를 본 모양이다. 시집도 산문집도 찾아보았단다. 서점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는 그와 호들갑을 떨었다. 단번에 알아보았다거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소소한 거짓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세 어색해져버렸다. 잠시 이어지던 침묵은 조심스레, 벌써 수십 년 전이 된 우리들의 시절 쪽으로 옮겨갔다. 그랬나. 그랬지. 그땐 참 좋았어. 기억을 뒤적이며 마냥 즐거웠다.

지금은 어떠니, 하는 그의 물음에 나는 곧 시무룩해졌다. 그냥 그렇지 뭐, 하고 말꼬리를 흐리면서 “좋았던” 그때와 지금의 대비가 명확해서 괴롭기까지 했다. 그도 그런 모양이었다. 이직과 결혼 생활 사이사이의 갈등 같은 짐작 가능한 지금을 살고 있구나. 용기를 내어 찾아온 까닭을 알 것도 같았다. 그는 그만 가보아야겠다고 일어서면서, 내 시집을 내밀었다. 사인 좀 해줘. 가보로 간직하게. 하하 웃으면서 나는 앞장 하얀 여백에 “지금도 그때가 되어 좋은 기억이 남게 되기를”이라고 적어주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었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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