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3남매와 엄마 살뜰히 보살펴준 외사촌 오빠… 어찌 보답할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랑합니다 - 안형근 외갓집 셋째 오빠

어린 시절 한동네에 있는 외갓집이 참 좋았습니다. 인품이 고우신 외숙모가 엄마처럼 좋아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했고, 외사촌 오 남매 중 셋째 오빠가 유독 저를 예뻐해 주셨지요.

어느 날 같이 놀던 또래 친구들이 윗옷에 큰 손수건을 달고 오늘부터 학교에 다니게 돼서 너랑은 이젠 같이 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서운해 나도 학교에 보내 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쓰니 엄마께서는 “울 막둥이는 키도 작고 몸도 작아서 집에서 2㎞ 되는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걸어 다닐 수 있겠냐”며 좀 더 크면 보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친구들을 따라 학교에 가 보니 서울 말씨에 얼굴이 하얀 여자 선생님이 노래며 무용도 하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웃어주는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였지요.

예쁜 선생님이 보고 싶어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셋째 오빠 자전거 뒤에 타고 학교 정문 앞에 내려 혼자 운동장에서 놀다가 배고파지면 오빠를 찾아가 돈을 받아 군것질도 했죠. 여름 방학이 가까워질 무렵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복도에서 따라 하던 내게 선생님께서는 “너 정말 학교가 좋구나? 우리 반 학생 해 줄게 다닐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빠는 서류를 준비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입학도 시켜주고,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 때마다 용돈도 주고, 성적이 우수해서 상을 타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혼자가 되신 고모(엄마)와 우리 삼 남매에게도 살뜰해서 혹여 우리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먼저 달려와 살피곤 했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생전에 무덤을 만들지 말고 화장해서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셔서 유언에 따르기로 했는데 오빠는 선영(先塋)에 모셔야 한다고 나를 설득했으나 끝끝내 거절했지요. 엄마 영결식을 마치고 화장터로 가는 버스를 붙잡고 목놓아 큰소리로 엉엉 울부짖던 오빠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 후 오빠를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 “너희 엄마는 산소가 없으니 허전하고 참말로 아쉬워야. 우리 아버지 하나뿐인 여동생이고 핏줄이라서 나이 들어갈수록 고모가 더 보고 싶어진다”고 말씀하실 때 저는 미안함이 앞섭니다.

오빠는 공직을 정년퇴직하시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 매년 가을이면 유기농 쌀이라며 20여 년이 돼가는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쌀을 보내주십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네가 우리 고모를 잘 모셔 줘서 고마워서 내 손으로 농사를 짓는 한 보내줄랑게 부담 없이 받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딸인 내가 당연히 자식의 도리를 한 것뿐인데 고모를 향한 지극 정성 가득한 애틋함에 고개가 숙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지요.

가끔 친정에 내려갈 때면 오빠 집에 들르는데 우리 여동생 왔다고 좋아하시고, 친정에 와서 서운하면 안 된다며 최고의 대접을 해주시지요. 어릴 적부터 내 나이 이순(耳順)이 되도록 그 오랜 세월 버팀목이 돼 묵묵히 보살펴 주시는 외갓집 셋째 오빠는 제 마음속에 든든한 아버지이십니다.

자신의 핏줄을 귀하게 여기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예의를 다하며 고모와 외사촌 동생들을 이리도 살갑게 보듬어 품어주시는 그 큰 은혜에 어찌 보답을 드려야 할지요.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시길 간곡히 바라오며 훌륭하신 안형근 오빠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수미 시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