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정은 치킨게임과 尹정부 새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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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 前 국정원 1차장

북한이 미국이 절대 금기시한 선(레드라인)을 기어이 넘고 말았다.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을 그간의 모라토리엄을 깨고 지난 24일 실험발사한 것이다. 이 ICBM은 전례 없는 초대형 괴물 미사일로, 파괴력이 엄청 큰 다탄두형일 가능성이 커 미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핵실험까지 예고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5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표출한 ‘화염과 분노’ 의 분위기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러잖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가 난 미국에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셈이 됐다.

이제 김정은은 어떠한 형태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과거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위원장과의 벼랑 끝 게임에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경험해서 잘 알고 있다. 6·25전쟁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 김일성은 미국과 정면대결은 일종의 자살행위라는 교훈을 김정일에게 남겼고, 김정일도 1994년 1차 핵위기 때 미국의 영변 외과수술적 선제타격 위협을 받고서야 비로소 제네바 핵동결 합의문에 서명했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 판단을 지금 뿌리째 흔들고 있다.

김정은의 무자비한 내부 숙청과, 5차례 핵실험 및 수십차례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발사 도발이 내부 사정이 절박해서 나온 체제 단속용 허세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틈새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의 위세를 믿고 미국과 새로운 ‘통 큰 담판’을 시도하려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매우 위태로운 치킨 게임으로 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면 새 정부 초기부터 남북관계는 일단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고, 원칙 있는 새 대북정책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되 문재인 정권처럼 대화가 곧 안보라는 허황된 자기기만을 반복해선 안 된다. 북은 이미 핵무장 했고, ‘남조선에서 미제를 몰아내고 무력통일을 하겠다’며 핵의 선제 사용 의지까지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북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포기하지 않되 더 이상 협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 오직 한·미 안보동맹의 강화에 진력해야 한다.

당장, 그간의 대북 굴종적 태도에서 벗어나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 연합작전 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도 우리의 대북 단독 억지력을 갖출 때까지 최대한 미뤄야 옳다. 나아가 독자 핵무장 대신 독일처럼 유사시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하는 전략지침을 만들어 핵우산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동시에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망 및 대량보복력의 3축 체제를 철저히 보강해야 한다. 또한, 호주처럼 미국의 협조로 원자력잠수함 건조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이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는 현 정권이 뒤흔들어 놓은 우리의 단독, 그리고 한·미 공동 위기관리 체제를 시급히 재건하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정보기관의 조기경보 능력을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적시의 적확한 정보가 바로 안보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