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제재·대화 투트랙 전략으로 北核 대응”… 쿼드 가입도 시사

■ 윤석열 당선인, WP 인터뷰

“文정부동안 글로벌 외교 실종”
한미동맹 기반 외교확대 강조

“한·일관계 틀림없이 잘 될 것”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당선 뒤 첫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은 주적’ 입장을 밝히면서 대북정책을 포함해 대외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예고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부당하다(unfair)”는 표현을 2차례나 사용했다. 반면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군사적 동맹”이라고 지칭하고,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 앞으로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뒤 △북한의 핵무기 운반능력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핵 위협 고조 △국방정책 수립·작전정보 구축을 위한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외교·안보 공약에서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지난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북한을 주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당선 뒤 첫 외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것은 미국과 북한 등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주적’ 규정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당선인은 “군사적 위협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놓을 것”이라면서 제재·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접근법과 유사한 것으로, 윤 당선인은 이날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군사동맹에 기대야 한다(lean on)”며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중은 서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경제 문제는 두 나라 모두에 중요하고 그것은 일방적이지 않다”면서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만 과도하게 강조해 글로벌 외교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대중 견제 성격이 짙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참여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윤 당선인은 “중요한 것은 우선 백신·기후변화·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밝혀, 워킹그룹 참여를 통해 장기적으로 쿼드에 가입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문 정부에서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관계는 틀림없이 잘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윤 당선인은 “중요한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때 국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조속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시사했다. 윤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