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모녀 여행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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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서찬희(1958∼2021)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만개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엄마가 계신 자리에도 꽃이 피었을까.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지난 13일 첫 기일을 맞았다. 아직도 그녀는 내 마음속에 늘 함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선 벌써 일 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 모두가 사기꾼이라면 좋겠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직후 첫째 고모로부터 걸려온 전화, “우리 조카들 불쌍해서 어떡해”라는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수화기 너머 내게 소식을 전하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 내 사지가 떨리던 그 감각, 화장실에 남몰래 숨어 슬픔을 흐느꼈던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제와 같다.

그동안 나는 엄마를 위해 무엇을 했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인지하고서야 그동안 갚지 못한 사랑에 후회만이 남았다. 사랑 가득한 미소로 내 얼굴을 어루만져주던 그의 고운 손에는 주삿바늘 자국과 멍 자국만 선명했다.

나는 무기력했다.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던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밤을 새워 옆에 있는 일뿐이었다. 인정할 수 없었던 현실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들, 악몽과 같던 그날들 속에서도 그는 내게 “괜찮다”고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지금도 그 말은 내 가슴에 대못이 되어 박혀 있다. 사춘기 시절 방황하던 그때, 성년이 되어 내 삶을 선택했을 때, 결혼 후 아이를 맡겼을 때도 그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그는 항상 가족이 우선이었다. 아빠가 다녔던 직장은 집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출퇴근이 힘들 것을 염려해 매일 아빠를 태워다주고 태워왔다. 그 길에는 나의 등굣길 또한 포함됐다. 그는 그런 삶의 방식을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행복해했다. 그 시간 속에 매일같이 재생되던 가수 패티 김과 심수봉의 노래는 그의 행복의 범위를 넓혀 주었다. 그날을 회상하는 지금,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이 참으로 소중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인정하기 싫은 일 년이 왔어요. 당신이 지금 내 곁에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모녀 여행도 가고, 신혼 여행 이후로 가지 못했던 제주도도 우리는 갔겠죠. 하지만 이제 당신은 내 곁에 없네요. 후회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전 매일 후회 속에서 살고 있답니다. 당신이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요. 시간조차 내게서 당신을 놓아주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 슬픔만은 참아보려 해요. 엄마, 난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해요.”

딸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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