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외국인 근로자는 ‘우리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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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 중 외국인(국내에서 3개월 이상 체류)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165만여 명이었다. 생산연령인구 기준으로 보면 4.0%로 그 비율이 더 커진다. 2018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의 경제유발효과는 이미 90조 원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한국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를 고려할 때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은 이들을 동반자라기보다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비전문인력(E-9)으로 입국하는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크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기업이 채용하지 못한 일자리 수는 23만4000개로 2018년 이후 최대치다. 업종별로는 용접 등 뿌리산업 2만7000명, 조선업 4800명, 음식점업 8300명 등이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으로 구직포기자는 63만여 명에 이르렀다. 일자리 미스매칭은 산업과 교육 측면의 구조적인 원인 외에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구직자가 더 나은 일자리를 희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고용시장의 미스매칭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반도체 산업과 우주 산업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빈 일자리를 채워 줄 외국인 근로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취업하기 싫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입국해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소모적인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들을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주변에서 이웃으로 함께 정주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물론 불법체류를 예방하고 이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당당하게 정착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4년부터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담당하면서 그동안 80여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산업 현장에 공급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네팔에서 처음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공정하고 빠르게 근로자를 선발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유비쿼터스 한국어능력시험(UBT)을 처음 도입했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정착과 일터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언어 지원 서비스와 노무교육 등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맞춤형 직무교육도 제공해 귀국한 뒤 자국에서의 정착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근로자를 받아들여 그들이 미국의 문화에 적응하도록 지원하고 그 가운데서 뛰어난 인재에게는 미국 시민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이 지난 2세기 동안 선진국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노동력 이동으로 국가의 문화적 다양성을 구축해 고용허가제가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가 돼야 한다. 현재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한 축이 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공단은 외국인 근로자를 선발하는 일부터 국내 입국 및 귀국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고용허가제 전담 기관 역할을 해 왔다. 올해 도입 인원 목표도 당초 5만9000명에서 8만 명 이상으로 2만 명 가까이 늘려 올 연말까지 매월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를 중소기업에 공급함으로써 국내 인력난 해소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공단은 외국인 근로자와 한국을 이어주는 고용허가제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