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체성 담긴 ‘기세미학’… 세계 미술시장 겨눌 때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8 09:04
  • 업데이트 2022-09-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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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원 작가가 서울 청작화랑에 전시한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기(氣) 춤’ 포즈를 취했다.



■ 조각계 거장 김영원 개인전

1990년대 ‘기 그림’그리기 시작
상파울루 비엔날레서 찬사 받아
회화 26점·조각 7점 등 선보여


홍익대 조소과 교수를 지낸 김영원(75) 작가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앞에 있는 대형 인체 조각상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회화 26점과 조각 7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고 있다. 타이틀은 ‘김영원의 명상예술-그림자의 그림자’(Art of Qiosmosis).

“명상예술이란 기(氣)가 스며든 미술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예술철학자인 홍가이 씨는 제 작품에서 새 미학을 발견했다며 기오스모시스(Qiosmosis)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기 그림’을 몇 점 소개한 적은 있으나 이렇게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그림들은 굵고 강렬한 붓질의 흔적으로 꿈틀대는 듯한 역동성을 지향한다. 모두 추상 형상이지만, 사람이 춤을 추거나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캔버스 앞에서 5~10분쯤 기 춤을 추다가 무념무상으로 그린 것들입니다. 기가 온몸에 출렁거릴 때 일필휘지로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담아냅니다. 그때 제 몸은 절로 붓과 주걱이 됩니다.”

그가 ‘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인기가 높은 그의 조각에 대해 일부 평자가 “그리스 조각의 아류”라고 비판했을 때, 자존심이 상해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그즈음 지인이 추천한 기 호흡을 하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199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갔을 때, 당시 주제가 ‘예술을 지탱하는 지지체는 무엇인가’였습니다. 그 주제에 천착하며 서양의 아류가 아닌 동양적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원형의 흙기둥을 손으로 긁어내는 기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비엔날레 총감독을 비롯한 서양 비평가들이 새로운 조형언어라고 칭찬을 했고, 브라질 방송이 주목해 크게 보도했습니다.”

그는 우리 정체성이 있는 새로운 미학을 찾았다는 환희에 젖었으나, “대학교수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루머에 맞닥뜨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다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섰고, 그 결실을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 미학으로 세계 미술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 미술은 내부에서만 시끄럽지 유럽 등 밖에 나가면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 현실을 우리만의 기세미학(氣勢美學)으로 뚫어야 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자신이 성취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예술혼이 오롯이 느껴진다. 이번에 그림과 함께 전시한 인체 조각들은 구상과 반구상을 겸한다. “보시는 것처럼, 하체는 하나인데 상체는 여러 개입니다. 허리가 도저히 꺾일 수 없는 자세를 한 것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형상을 만들었을까. 보는 분들에게 ‘왜?’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입니다.” 전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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