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가지며 일명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왜 위헌인지에 대해 헌법 조문을 근거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현안인터뷰 - 이완규 법제처장
검찰 수사개시권 제한 시스템붕괴
대형참사 직접 수사 원천 차단
보완 안되면 같은 문제 반복돼
경찰국 등 ‘시행령 통치’ 논란
정권 바뀔 때마다 썼던 프레임
행정입법권 부여받았기에 적법
법제처, 사회적 약자 구제 역점
고의 · 중과실 없는 소상공인에
과태료 등 50 → 70% 감경 추진
취임 6개월째를 맞은 이완규 법제처장은 임기 초반 불거졌던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불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법제처 입장을 내 임기 초반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보니 야당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이 처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특히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과 관련, “지난 정부가 2020년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며 검찰청법을 잘못 만들었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소탈한 성품이 국민 앞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일이고 정책 성과도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처장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법제처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소회가 궁금하다. 임기 초반에 어떤 일을 집중적으로 했나.
“법제처의 주요 업무인 법률 정비와 법령 해석은 검사로 있을 때나 변호사로 일할 때 해오던 것과 비슷해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했다.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형식은 물론 내용적으로도 법치주의에 따라 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맞게 국정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에서 헌법적 법치주의라고도 한다. 법제처는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령정비, 행정기본법상 국민 권리구제 제도 안착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선 청년취업 지원과 관련해 법령 정비를 했다. 기존에 어떤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실무경력이 있어야만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지 않나. 그 경험을 실무 경력으로 인정해주고자 앞으로는 자격시험 합격 이전의 실무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모든 부처의 법령을 고쳤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는 소상공인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또는 영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을 종전 50%에서 최대 70%까지 감경하는 식으로 법령을 정비 중이다.”
―청년과 소상공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청년들 인명 피해가 컸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 ‘셀프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청법을 위헌이라고 봤던 법제처의 해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보여준 커다란 예다. 시스템을 망가뜨려 놓고 수습하려니 안 되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법을 만들면 안 됐다. 수사기관은 일반적 수사권자와 특별 수사권자로 나뉜다. 특별 수사권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이 일정한 영역만 수사하게 되고 일반적 수사권자는 검사와 사법경찰,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검찰 수사관들을 말한다. 일반적인 수사권자인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해 검사에게 일반적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사람들은 검사들에게 공소권에만 집중하고, 인지수사에 나서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우려된다면 검사가 가능한 한 수사 개시를 하지 않는 실무적 관행을 만들거나 인지부서를 적게 두는 식으로 기구를 축소하면 된다. 그런데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사권자인 검사의 수사권 제한이 없어야 수시로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그때 대처할 수 있는데,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해 놓으니 이번처럼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부분을 빨리 보완하거나 개선하지 않으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셀프 수사와 같은 문제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검찰청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검사의 수사개시권을 제한했다. 경찰에서 수사를 안 하면 검찰은 수사를 할 수 없는데 이것은 사실상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이전부터 영장청구권은 수사권과 관련된 조항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내용이 우리 헌법에 ‘검사가 신청하여 법관이 발부하는’이라고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단순한 절차규정에 그친다면 헌법에까지 들어갈 수가 없다. 수사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형사소송 법정주의에 따르면 국민 기본권 침해에 중요한 요소, 즉 수사를 누가 할 것이고 수사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지는 법률로 정해야지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면 안 된다. 그 위임규정을 둔 것 자체가 위헌이다. 다른 하나는 포괄위임과 관련돼 있다. 법률의 얼개를 정했다면 구체적인 내용의 경우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둬야 하는데 지금의 검찰청법은 그런 기준을 두지 않았다. 예를 들면 경제범죄라고 할 때 경제범죄가 뭔지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경제범죄라는 용어 자체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포괄위임에 대한 규정들이 위헌이라고 볼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시행령 통치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있다.
“시행령 통치라는 프레임은 매 정권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집행 가능한 사항을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해 온 것에 대해 야당에서 정치적 비판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 헌법은 정부에 행정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법률이 시행령으로 위임한 사항에 대해 정부가 상위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해도 헌법에 따른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존중하면서 권력분립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게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실상은 행안부 장관이 외청에 대한 중요정책을 수립할 때 지휘권, 임명제청권 등 권한 행사를 보조하는 기관으로서 경찰국을 설치하기 위한 직제 개정이었다. 법률상 권한 행사를 보조하기 위한 기구는 정부조직법 등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풍산개 2마리를 반환한 것을 두고 시행령 개정 문제라는 논란이 있는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대통령기록관에서 다른 기관에 기록물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하나 있다. 이 조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직 대통령의 지위를 하나의 국가기관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에서는 기록물에 관한 법의 시행령으로 위탁규정을 두려고 했던 것인데 그 모법인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위탁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 문 전 대통령이 개를 계속 기르면 모법에 반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법제처는 관리의 주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두고 소위 개를 돌보고 기르는 보조행위를 문 전 대통령 측이 하도록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법 조항을 바꾸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행안부와 대통령기록관이 검토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학과 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일 것이다. 인간 윤석열은 어떤 사람인가. 또 윤 정부의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평가하나.
“윤 대통령은 인간적인 데가 많다. 감성도 풍부하고 특히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좋아한다. 있는 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을 시작한 것 같은데 논란이 있음에도 계속하지 않나. 그런 소탈한 면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점이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서 굉장히 낯설다. 낯설면 불편하고 마치 그러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요즘처럼 진영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상황에서는 낯선 것을 나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국민도 윤 대통령의 소탈한 소통 방식에 점점 익숙해질 것 같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꾸밈없는 행동이 때로는 논란으로 커지는 걸 깨달으면서 조심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책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법제처장으로서 향후 계획은.
“법제처 직원들에게 실질적 법치주의가 잘 구현되도록 신경 쓰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헌법 정신이 뭔지 생각하면서 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체계를 확실히 잡으려 한다. 직원들에게도 법체계에 안 맞는 것은 안 맞는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한다. 제가 기관장으로 있는 한 법제처가 어떤 것을 해석해서 통과시키면 논란 없이 그 자체로 옳다고 인정받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꼭 알리고 싶은 법제처 소식이 있나.
“법제처에서는 각 부처에서 만들어지는 영(令)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규정이 종종 눈에 띄곤 한다. 윤석열 정부의 111번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해 행안부와 함께 자치입법권을 제약하는 법령 정비를 추진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방 시대라면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겨야 하는데, 법령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지자체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내년 3월 24일부터는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행정기본법’에 따른 이의신청, 제척기간, 처분의 재심사 제도가 시행된다. 이 제도 시행으로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권리 구제에 나서 보다 큰 혜택을 누리길 기대한다. 법령 속 어려운 용어나 표현을 쉽게 바꾸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의 경우 2006년에 시작해 현행 법령 4400개를 모두 조사했고 최근 1500여 개 법령을 손쉽게 고쳤다. 또 국민이 법령을 찾을 때 쓰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보다 편리하게 개편하고자 2025년 완료를 목표로 ‘지능형 법령정보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도 하고 있다.”
■ 이 처장은…
법조문 안보고 줄줄 읊어… 檢시절 ‘Mr. 쓴소리’ 별명
이완규 법제처장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을 두루 꿰고 있는 최고의 법리 전문가다. ‘검찰 제도와 검사의 지위’ ‘형사소송법 연구’ 등 이 처장이 펴낸 저서의 제목만 보더라도 금방 그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인터뷰를 위해 앉은 자리에서도 참고 자료 한 장 보지 않고 법조문을 줄줄 읊었다.
이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 처분을 받았을 당시 윤 대통령 측 변호를 맡아 주목받았다. 이 처장이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 탓에 법제처가 윤 정부를 필요 이상으로 엄호한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검찰 재직 시절 ‘미스터 쓴소리’ ‘원칙주의자’로 불렸을 만큼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는 인물이다.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 평검사 대표로 참석해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검찰에 들어왔다”고 발언하며 소신을 보여줬다. 절친한 동료인 윤 대통령이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을 때에는 “인사 제청은 누가, 언제 했는지 의문”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을 떠났다.
인천 출신인 이 처장은 대검 형사1과장,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청주지검·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형사소송법 전공으로 받은 서울대 박사학위도 갖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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