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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11월 18일(金)
소젖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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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한영사전은 영어 단어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우리말 알리기에도 진심이었다. 서양의 음식이니 서양식 이름은 있으나 우리말 이름이 없는 것들은 아주 열심히 이름을 지어줬으니 말이다. ‘버터, 젤리, 치즈, 토스트’ 등이 그것인데 이것의 대응어를 어떻게 올릴까 하는 것은 매우 고민스러운 문제였다. 한글로는 영어의 발음에 가깝게 얼마든지 적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어의 뜻을 알 수 없으니 그리 친절한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편찬자들은 사전 이용자들이 그 뜻을 최대한 알 수 있도록 의역을 한다. 그 결과 젤리는 묵으로, 토스트는 군떡(구운떡)으로 대응어를 올렸다. 젤라틴을 넣어서 만다는 젤리는 묵과 재료 면에서는 다르지만 만들어 놓으면 상태가 비슷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토스트는 ‘구운빵’이라고 하면 더 정확하겠지만 당시에는 빵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가장 가까운 떡을 써서 의역해 놓았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도 더 좋은 대응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버터를 ‘소젖기름’으로, 치즈를 ‘소젖메주’로 번역한 것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버터는 우유의 지방으로 만든 것이니 소젖기름이 본래의 뜻에 가장 가깝다. 치즈 역시 우유로 만들지만 카세인 성분을 발효시켜 만드니 적당한 대역어를 찾기가 난감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메주이니 재료는 다르지만 둘 다 발효 과정을 거치는 공통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에 소젖기름과 소젖메주를 살려 쓰는 것은 어떨까? 국어 사랑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호응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당시에는 처음 보는 낯선 문물이지만 오늘날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그저 본래의 소리 그대로 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더욱이 묵, 떡, 메주 등을 쓰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당시 사람들의 노력만은 본받을 만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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