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름 지운 양반 부인, 그녀의 숨겨진 미덕을 찾아서

  • 문화일보
  • 입력 2022-12-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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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
최기숙 지음│머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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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 꾸짖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매우 사납더군요. 이는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더 깊이 살펴주세요.”

조선 정·순조대 시인 김삼의당(1769~1823)이 남편 하욱(1769~1830)에게 쓴 편지의 한 부분이다. 부인은 매우 엄격하고도 따끔하게 남편을 꾸짖는다. 조선시대, 특히 양반가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적일 것이란 흔한 통념을 가볍게 뒤엎는 대목이다. 김삼의당의 편지를 한 구절 보자. “주역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라고 했습니다. 이제 음주를 절제하고 덕을 지키세요.” ‘주역’을 인용하며 ‘덕’을 지키라는 부인의 조언을 보면, 여성의 지적 수준이 남성보다 한참 아래일 거라는 선입견도 무너뜨린다.

최기숙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의 책은 이렇게 한국 역사 속 여성들의 진짜 모습을 추적해나간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역사는 왜 여자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나’ ‘기록에서 이름을 지웠다고 그녀들의 존재를 지울 수 있을까’이다. 누구의 부인, 누구의 어머니, 현모양처로 불리다 이름 없이 사라졌지만 그들의 존재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조선시대 3000여 편의 문헌 자료를 뒤지고 분석했다. 그렇게 호칭, 노동강도, 문해력 등을 짚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여성상은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 여성의 삶은 풍부하고 사회적 실천과 역사에 기여했음을 밝혀낸다. 388쪽, 2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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