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反日 외치며 이득얻는 세력 있어”…박정희·DJ같은 결단 필요성 강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직접 호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에게 일제 강제징용 ‘3자 대위변제 해법’ 결단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배경과 양국 관계 정상화 및 미래발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무회의서 정면돌파 선언

“朴, 비난 감수하며 청구권협정
삼성·현대 등 세계적기업 발판
DJ 선언은 한일 새 지평 열어”

1974년 92억·2007년 6500억
이번이 ‘강제징용’ 3번째 보상
尹, 6000자 담화문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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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21일 대국민 담화문은 누적된 반일 감정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3자 변제 방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 한·일 정상회담 결과 앞으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이 퇴고를 거듭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6000자짜리 담화문에는 개인적 고뇌와 결연함, 국민에 대한 약속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저는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며 “미·중 전략 경쟁, 공급망 위기, 북한 핵 위협 고도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한·일 문제 해결 전례를 들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 국교정상화 추진에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이 삼성, 현대, LG, 포스코와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본 방문 연설은 “부침을 거듭하던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돼 있다”며 “역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74년과 2007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 재정으로 각각 8만3519건(92억 원)과 7800여 명(6500억 원)에게 보상한 대목을 설명했다. 이어 국교 정상화 당시 합의,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 체감할 수 있는 성과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개선은 우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 연계되어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될 것”이라며 “용인에 조성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대거 유치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금융·외환·산업·통상·과학기술·문화·관광 등 관련 분야에서 장관급 후속 회의를 빠른 속도로 개최할 예정이다. 양국의 금융·외환 부문의 협력은 주요 20개국(G20) 회의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국(한·중·일) 회의와 같은 국제무대에서의 공조 강화 등이 거론된다. 통상 부문 협력도 한·일 양국과 미국·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칩4(CHIP4)’,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구체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희·박수진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