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5%만 증산, 내달 새 통제안… ‘칩스법 리스크’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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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반도체 지원법 세부안 파장

공장시설 확장·기술 업그레이드
삼성·SK, 中생산 최악 피했지만
영업비밀공유 등 독소조항 여전

對中수출규제 불확실성은 커져
전문가 “경쟁력 유지 협상 필요”

미국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지원법에서 규정한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중국 반도체 공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생산시설 부분 확장과 장비 업그레이드도 일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초과이익 환수, 영업비밀 공유 등 독소 조항이 여전한 데다, 미국이 이르면 오는 4월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키로 예정돼 있어 ‘미 반도체 패권법’ 리스크와 불확실성,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첩첩산중 형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전날 공개한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관련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생산 능력은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기준으로 했고, 기술 수준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5% 확장 기준은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으로 풀이되는데,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웨이퍼 1장당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데 일단 ‘숨통’은 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에서 운영 중인 생산 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초과이익 환수,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등 기술 노출 및 경영 개입 우려가 있는 보조금 수혜 조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한 미국은 이르면 4월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에는 1년 유예를 허용했는데 향후 조치에 따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이미 중국 공장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했고 중국 반도체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큰 만큼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실익을 끌어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주요 반도체 소비국 중 한 곳인 만큼 우리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상 등을 통해 중국 생산시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3일 방한하는 미 반도체 지원법 담당 실무진과 인센티브,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병철·이예린·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