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쏙 빼고 조합활동 규정… 사측 방어권 무력화하는 코레일 단체협약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4 11:53
  • 업데이트 2023-09-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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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조합활동’→‘조합활동’
코레일의 ‘묻지마 파업’ 허용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6월 철도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개정하며 조합활동 보장에 관한 조문 문구의 ‘정당한 조합활동’이라는 표현에서 ‘정당한’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조합활동’으로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노무 전문가들은 불법 노조활동의 합법화 근거를 마련하고 사측의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공기업인 코레일이 문 정부를 향한 민주노총의 ‘촛불 청구서’를 대신 갚아준 셈”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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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사진) 국민의힘 의원실의 코레일과 철도노조 간 단체협약서 분석에 따르면, 제9조의 조합활동 보장의 범위에 ‘정당한’이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정당하지 않은 조합활동도 회사 내부의 징계 책임 등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었다. ‘정당한 조합활동’이란 주체와 목적, 수단이 정당한 활동을 뜻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은 단체협약에 ‘정당한 조합활동’만을 보장하고 있다. 지금의 단체협약 조항대로라면 추후 사측과 노조 간의 소송 및 징계 절차가 발생하면 사측의 방어권이 무력화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당 단체협약에 대해 “노조가 이러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불법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면 노사 간의 관계에서 사측의 힘이 밀리는 회사들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단체협약의 체결 배경에 문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영향을 끼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임명 직후부터 친노조 성향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은 취임 4개월 만에 해당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2022년 12월 해당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재개정을 추진했지만, ‘정당한 조합활동’이라는 문구는 다시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동관계 법령을 위반한 공공부문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규약 등을 전수 조사했는데,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단체협약은 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노사 관계에서 단체협약이 법보다 상위의 규범이 될 수 있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불법 파업의 면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려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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