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눈치보는 정부… ‘근로시간 개편’ 맹탕 우려

■ 개편안 설문 결과 13일 발표

주 69시간 근로 프레임 역풍에
지난 3월 노동개혁 유보한 정부
노동계·청년 반발 의식하는 듯

구체적 내용 없을땐 동력상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오는 13일 발표하면서 구체적 정책 대신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향후 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노사정 대화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는 개편안으로 인해 개혁 동력이 상실되고,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노·정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할 계획이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개편 방향 논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맡을 방침이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지난 3월 발표 이후 ‘주 69시간 근로’ 비판 속에 표류했으며, 정부는 지난 6∼9월 국민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정부로선 노동계를 근로시간 개편안 논의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해당 사안을 맡을 수 있지만, 한국노총이 지난 6월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만큼 제3의 기구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각종 노동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한국노총 ‘노사민정 체육대회’에 참여해 “노사정이 잘 조화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적한 노동 문제를 잘 풀어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설문조사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가 업종별로 구분돼 진행됐던 만큼 개편안 적용을 업종별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연구기관 조사에선 연구개발·외식·숙박업 등의 인력난이 다른 업종보다 심한데, 해당 업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요구가 클 수 있다. 업종별로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른 호응이 다를 경우 이를 나눠 추진할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당초 추석 연휴를 전후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11월까지 미뤄졌고, 8일로 공지됐던 발표 날짜도 13일로 재차 연기됐다. 정부가 이번 발표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노동계·청년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부 내에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가 지난해에는 ‘전문가 연구(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개혁을 추진했다가 이번에 ‘노사정 대화’란 우회로를 택한 것도 노동계 반발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3월 고용부는 연장 근로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운영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 끝에 추진을 유보한 바 있다.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개편안 적용이 논의될 경우 해당 업종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 수도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