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학살’ 공천… 이재명이 자초한 ‘통합 가시밭길’[현장에서]

■ 현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해찬 상임고문과 만나 ‘공정·공평 공천’ 의지를 재차 피력했지만,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학살 우려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회동 하루 만에 친명(친이재명)계의 자객성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총선을 앞둔 통합 리더십이 가시밭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전날 이 고문과 오찬 회동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당내 비명계 중심으로 제기된 ‘공천 학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명계 의원을 겨냥한 친명계 자객 출마 논란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정한 공천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스템 공천’ 설계자인 이 고문과 만났다는 것이다. 당으로부터 징계 조치를 받은 원외 인사가 1차 관문인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것에 대한 여론 비판 역시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친명계의 잇단 자객 출마 선언으로 이 대표의 ‘비명계 끌어안기’ 행보는 하루 만에 도돌이표가 됐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 비판에 앞장서왔던 비명계 현역 윤영찬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으로 낙마하자 이 의원은 ‘친명 자객’을 자처하면서 윤 의원에 대해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에 대한 친명 원외의 불출마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CBS 라디오에서 ‘제3지대로의 탈당 행렬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충분히 그렇다”며 “이 대표도 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빙열세 기사’를 공유했다. 자만심을 경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공당의 대표가 지지율에 얽매이는 것도, 친명계가 ‘경선=당선’ 지역에 자객 깃발을 꽂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계속되는 내분이다. 유권자는 ‘분열’에 투표하지 않는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