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임의도 절반 계약 포기… 환자들 “피가 마른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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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도 극소수만 계약서 작성
응급실 깜깜이… 현황 비공개
암 환자들 “하루하루가 지옥”


집단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전문의 자격 취득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을 진료하는 의사들)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연이어 이탈하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5(서울아산·서울대·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에선 전임의 절반 가까이가 빠져나가면서 중증·응급환자마저 제한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자 환자들 사이에선 “피가 마른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병원에서 전임의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 2월 말쯤부터 계약에 들어가던 전임의가 계약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진료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집계 중이지만, 빅5 병원 기준 전임의 절반 정도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전체 전임의 인원 129명 중 절반 정도가 미계약 상태”라면서 “연락을 계속해가면서 설득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빅5 전임의 중 50% 이상이 전날 기점으로 전부 빠져나갔다”면서 “아직 업무를 보고 있는 전임의들조차 담당하는 환자들이 퇴원하거나 인계를 마치는 대로 뒤따라 나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에 들어갈 예정이던 인턴 인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세브란스병원 인턴 정원 150명 중 이달 1일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3명뿐”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가 보름을 넘기면서 그렇지 않아도 진료에 제한을 받던 응급실은 점점 ‘깜깜이’ 상태가 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주부터 자체 앱 ‘마이세브란스’에서 안내하던 응급실 현황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평시와 다른 응급실 상황을 앱에 나타내는 것이 부적절해 메뉴를 닫았다는 설명이지만, 앱으로 응급실 대기 시간 등을 파악해오던 환자들 사이에선 원성이 나온다. 다른 대형병원 앱에서도 응급실을 ‘원활’하다고 안내하지만, 막상 현장은 아수라장 수준으로 붐비는 괴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의료 현장의 ‘최후의 보루’인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을 암시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암환자 커뮤니티에는 “한시가 급한 암수술 대기자들과 하루하루가 지옥인 환자 가족들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파업 상황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냐”며 “암이 1기가 되고 2기, 3기, 4기가 된다면 누가 책임지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환자를 버리고 거리로 나가는 상황이 수시로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밝혔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전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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