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기다린 진료, 미뤄지고 담당의사도 바뀌어”

■ 전공의 이탈 18일째,커지는 신음

“수술 희망으로 버텼는데 암담”
수입급감한 병원들 축소 운영
간호사 등 대상 무급휴직 시행

집단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조짐이 보이지 않고 정부 역시 ‘장기전’ 대비에 나서면서 환자들 사이에서 “암담하고 고통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술과 진료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주요 대형 병원들도 장기전 대응을 위해 비용 절감을 위한 병동 통폐합 등 본격적인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전공의 집단이탈 18일째인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 취소·연기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받은 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4세 아이의 보호자 김모(35) 씨는 “반년을 넘게 기다려 간신히 예약한 진료인데 파업 때문에 8월로 다시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아이가 피를 뽑고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데 진료는 끝없이 밀리고, 담당 교수님도 바뀌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암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다음 주 수술에 들어간다는 희망으로 힘든 식도암 치료를 견뎌온 아버지 수술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후두암 수술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아 암담하다”는 토로가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환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수술 딜레이 상황을 표로 만들어 공유하기까지 한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파업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상수’가 돼버리면서 환자들이 자신이 입는 피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모습인데, 가장 우려스럽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들은 환자수가 줄면서 병동을 통합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이미 암 단기 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던 서울대병원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병동 통폐합 안건을 논의 중이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도 이번 주 중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줄이기로 했다. 수입 급감에 따른 원가 절감이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간호사, 사무직, 보건직, 기술직 등 일반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 성모병원 계열들은 간호사들을 상대로 유급 휴가를 미리 소진하도록 안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병동 간호사들을 상대로 ‘단기 무급 특별휴가 제도’를 공지한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병원 수익이 계속 떨어지면 자리 비우고 나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한다”며 “희망자에 한해 신청하라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거여서 돌아가면서 신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수한·김린아·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