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정지 vs 집단사직 ‘강 대 강’… 닫혀가는 ‘타협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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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파구 안보이는 ‘의·정 갈등’

정부 ‘의료공백 비상대책’ 보강
내달 은퇴 시니어의사 채용계획
권역별 임상교육훈련센터 확충

의료계, 통일된 의견 없이 반발
일부 교수 “처벌철회 조건 대화”

정부가 다음 주부터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의사 면허정지 처분에 돌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는 의사들의 불법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어 집단행동의 잘못된 고리를 끊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도 그동안 예고했던 집단사직서를 오는 25일부터 제출한 후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처벌 철회를 앞세워 조건부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표성 있는 의사단체도 구성되지 않은 채 의견마저 통일되지 않아 양측의 타협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정부는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앞두고 의료공백을 메울 비상진료대책을 보강했다. 25일에는 전국 대형병원에 공보의와 군의관 각각 147명, 100명씩 모두 247명을 추가 투입한다. 이들은 27일부터 근무한다. 앞서 정부가 투입한 166명을 합치면 총 413명이 된다. 다음 달 중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연다. 2023년 12월 기준 50세 이상 79세 이하 의사 중 활동하지 않는 의사는 약 4166명이다.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새롭게 채용하거나 퇴직 예정 의사를 계속 고용하는 의료기관과 연계하고 지원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확정에 따른 교육 인프라 지원을 위해 모든 국립대병원에 권역 임상교육훈련센터를 확충한다. 다음 주 의·정 갈등 국면이 분수령을 맞는 가운데 정부는 원칙 대응하겠다는 기조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의사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 것이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쉽게 나서는 잘못된 고리가 됐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불가역적이라는 의미다.

의료계와의 협상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는 대표성을 갖춘 의사단체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원하지만 이를 갖춘 단체도 없고, 의사사회 내부 의견도 통일되지 않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조건을 달지 않고 대화에 나서야 하며,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도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집단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맞서 의료 파행 위기가 커지고 있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국 39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사직서 제출과 함께 25일부터 주 52시간만 진료하고 4월 1일부터는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고 밝혀 사실상 ‘태업’을 예고했다.

25일 자발적 사직을 결의한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회는 이날 오후 ‘사직서 제출 재점검’을 주 안건으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전공의 처벌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협상론’은 교수 내부에서 소수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경·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