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내부 갈라져”… 박단 탄핵 움직임까지

의협회장 “내부 적이 어렵게해”
의대교수 “사태 장기화” 우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료 공백 사태’ 45일 만에 전격 회동했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나자 의료계 내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선 박 위원장을 “내부의 적”이라고 저격하는 등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주류인 전공의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을 ‘비토’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지금까지 한마음 한뜻이었던 전공의들 내부가 갈라졌다”며 “전공의들의 ‘불통’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는 온건파와 괜히 회담에 나가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는 그림만 만들어졌다는 강경파로 분열한 상태”라고 전했다.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까지 돌고 있다. 한 익명의 전공의가 작성한 성명서에는 “박 비대위원장이 면담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발표한 이후, 대전협 병원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에게 어떠한 회의 내용도 공지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전국 사직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을 사전에 회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만약 어제 합의안이 나왔다고 해도 박 위원장 개인의 의견일 뿐, 다른 전공의들은 수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오전 SNS에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문구를 올리며, 사실상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

의대 교수단체는 “대화 자체는 환영”이라면서도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부와 전공의 간 불신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 방재승 위원장은 한 언론에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며 “2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전공의가 말한 복귀 조건을 대통령이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의비 관계자는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돼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길 바랐지만 대화가 사실상 불발돼 안타깝다”며 “전공의들의 입장이 이전보다 더 강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소속 교수도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사태는 장기화되고, 대형병원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수한·조율·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