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사직서 효력 첫날, 진료실 대거이탈 움직임 없어

“실제 병원 떠나는 건 개인 선택”
대형병원 주1회 휴진 확산 조짐
암환자권익협의회 “죽음 선고 같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던 대형병원 교수들이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 이후 실제로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했지만 현재로서 사직자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강경파 교수들이 병원의 사직 수리 절차와 관계없이 ‘실질적 사직’을 하겠다고 밝히고,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자율 휴진을 결정하면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환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우선 제 주변에는 진짜로 사직하겠다는 교수는 없다”며 “소수는 그럴 수 있겠지만, 담당하는 환자를 내버리고 하루아침에 병원을 떠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지난달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의 효력이 민법에 따라 이날부터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가 전국적으로 많게는 4000명까지 된다고 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울산대 의대에서는 지난달 25일 각각 629명, 46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당장 교수들의 대거 이탈이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울산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서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병원을 떠날 것인지는 교수들 개인의 선택”이라며 “당장 사직자가 속출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소수 강경파 교수를 중심으로 사직이나 ‘주 1회 휴진’이 확산할 경우 의료 대란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30일 하루, 서울아산병원은 내달 3일부터 주 1회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휴진한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30일 휴진과 정규수술 중단은 개인 교수별로 설정할 것”이라며 “상당히 많은 교수가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교수 비대위도 전날 외래와 시술, 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주 1회 휴진일로 정하는 ‘교수 적정 근무 권고안’을 소속 교수들에게 배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상급종합병원이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를 멈추는 것은 암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