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F - 21 분담금 3분의 1만” … 핵심기술 이미 빼갔나?

‘1조6000억중 6000억만’ 제안
정부 “검토중” 이달중 최종결정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인니)가 개발 분담금 1조6000억 원 중 3분의 1인 6000억 원 정도만 납부하는 대신 기술은 덜 받겠다는 제안을 해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인니가 이 절충안을 제안한 것이 올해 1월 17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 근무 중이던 인니 기술진이 회사 밖으로 KF-21 관련 내부 자료가 담긴 비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가지고 나가려다 적발된 직후로 알려지면서 전투기 핵심 기술을 대부분 빼돌린 뒤 ‘1조 먹튀’ 제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7일 “올해 초 기술 유출 시도가 적발된 후 인니 측에서 ‘덜 내고 기술이전 덜 받는 절충안’을 제시했다”며 “미납 분담금 축소는 재정 악화 등 경제적 이유 때문이며 사업 계속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는 재정 당국과 이르면 이달 중 인니 측 제안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인니 측의 기술 유출 시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 등이 분석 중인 인니 국영항공우주기업(PTDI) 기술진 보유 USB는 모두 8개, 18Gb(기가바이트) 분량으로 개별 자료 건수만 약 66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SB에 전투기 설계도에 해당하는 KF-21의 ‘카티아(CATIA)’ 도면 자료 등 4∼5년 치 49개 자료파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당국은 인니가 수년간에 걸쳐 KF-21 개발 관련 자료를 선별 입수해 유출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인니가 지난해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2800억 원으로, 최근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1000억 원을 추가로 내며 최종적으로 2026년까지 6000억 원 납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니는 2016년 우리 정부와 전투기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전체 사업비 8조1000억 원의 20%인 약 1조6000억 원을 10년에 걸쳐 납부하게 되면 KF-21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아 자국에서 전투기 48대를 생산할 계획으로 KAI에 기술진과 조종사 30여 명을 파견해왔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