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소통위해 죽을 힘 쓰는데… 국회의원들이 가장 먼저 배웠으면”

‘숙론’출간한 최재천 석좌교수
“누가 아닌 무엇이 옳은지 찾아야”

“토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오염된 것 같았어요.”

최재천(사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불통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해법으로 ‘숙론’을 제시했다. 그의 신간 제목이기도 한 ‘숙론’은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행위로 최 교수가 토론을 대신해 사용하기 시작한 표현이다.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선 토론한답시고 모이면 너무 결연해진다. 이것부터 틀렸다”며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간은 최 교수가 1980년대 하버드대 유학 시절 체득한 토론식 수업에서 시작해 국내 대학과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가해 숙론을 시도했던 경험 등이 녹아있다. 최 교수는 집필에만 9년간 공을 들였다.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일 것”이라고 자부할 만큼 그는 오랜 기간 한국의 교육 현장에 토론을 정착시키기 위해 힘썼다. 특히 그는 “숙론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라며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생태학자로서 그는 동물의 의사소통에서도 숙론의 자세를 발견했다. 최 교수는 “수컷 귀뚜라미도 한 마리 암컷과 짝짓기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낸다”며 “소통을 하려면 상대가 원하는 걸 파악하고 상대가 수락할 때까지 악착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론의 장이 열린다면 첫 번째 화두는 무엇이 될까? 최 교수는 “숙론을 한다면 첫 주제는 저출생”이라고 밝혔다. “(저출생 문제를) 대통령, 정부 부처, 혹은 어떤 현인이 혼자 풀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결고리를 절묘하게 이끌어내고 평가해봐야 하는데 숙론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풀 가능성조차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